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여파로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안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 등 ICT(정보통신기술) 현안들의 추진이 모두 중단됐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따르면 오늘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AI 기본법', '단통법 폐지안' 등에 관한 논의는 제외됐다. 당초 업계는 AI기본법 제정안과 단통법 폐지안이 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계엄 사태 관련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등의 논의에 밀린 것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비상 계엄 선포 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연내 제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본법은 AI 기술 육성 및 산업 진흥에 대해 정부가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입법 시도가 이뤄졌으나 AI 규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반대와 상임위의 활동 둔화 등을 이유로 관련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들의 약진에 따른 국내 산업 진흥의 필요성 등이 커지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기본법의 조속한 법 제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하며 해당 법 통과에 온 힘을 다해온 상황이다.
단통법 폐지안은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를 없애고 일부 이용자 후생보호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승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간 대리점·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최대 15% 한도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해왔지만 공시지원금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규제가 사라지면 통신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어 가계 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정 혼란으로 이같은 ICT 현안들의 연내 제정이 좌초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에선 윤석열 정부의 'AI G3(3대 강국)' 목표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부터 4년간 민간 AI에 약 65조 원을 투자하고,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정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며 윤 대통령의 핵심 정책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은 정치 리스크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단 우려다.
한편,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야당이 주도해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규명할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관련 상설특검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본회의 의결 즉시 시행되며, 일반 특검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최종 임명하지 않을 경우 특검 임명 자체가 미뤄질 수 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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