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시장 예상과 대부분 일치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멈춰섰다는 우려도 커졌지만, 고착화되어있던 주거비 등 주요 항목의 진전이 나타나 이달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완화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되살아났다.
현지시간 11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가 공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헤드라인(전체 항목) 기준 전월 대비 0.3%로 시장 예상치인 0.3%와 같았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 월간 상승폭 0.2%를 뛰어넘었다. 전년대비 상승폭은 2.7%로 시장 컨센서스인 2.7%와 같았으나, 역시 10월 집계치인 2.6%보다 0.1%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3%, 연간 기준으로는 3.3%로 시장 컨센서스와 동일했다. 이번 물가 지수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한 주거비는 약세로 돌아섰다. 주거비 항목은 전월 대비 0.3% 올라 지난 10월 이후 두 달째 둔화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은 10월 0.4%에서 11월 0.23%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률이다.
다만 추수감사절 등을 끼고 일반 가정에서 소비가 늘어난 육류와 계란 가격은 크게 뛰었다. 스케이크용 쇠고기 가격이 한 달 전보다 4.2%, 햄 가격은 4.2% 뛰었고, 전월 6% 넘게 내렸던 달걀 가격은 한 달 만에 8.2% 재반등했다. 연말을 앞두고 의류 가격이 10월 -1.5%에서 0.2%로 상승 전환했고, 신차 가격도 보합에서 0.6%로 뛰었다.
이러한 지표에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의 실질 시간당 평균 소득은 지난달 1.3% 상승하는 등 4개월 연속 강세로 추산됐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연말을 앞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우존스에서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와 대부분 일치함에 따라 연준(Fed)가 오는 17~18일 진행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더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를 바탕으로 FOMC 금리 전망을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는 이달 25bp(1bp=0.01%) 인하 확률이 전날 85%에서 이날 96%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9월 이후, 연방 기금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4.5%~4.75% 범위로 유지하고 있다. 이달까지 추가 인하하면 연간 총 인하폭은 1.0%포인트가 된다.
뱅가드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조쉬 허트는 “이번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0.25% 인하라는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휘트니 왓슨 전략가도 “연준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 여전히 자신감을 가지고 연말을 맞이하게 됐다”며 “새해에도 점진적인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의 글로벌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인플레이션 여건이 아직 안정적”이라면서 “별다른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프라이머리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전반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매우 완고한 여건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가져올 위험에 점점 신중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주 나온 11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재차 상승했지만, 일자리 수는 22만 7천 건을 상회며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미 대선 이후 기업들과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도 크게 완화했다. 미시간 대와 컨퍼런스보드 등의 집계에서 소비자신뢰지수와 고용 시장에 대한 전망이 모두 반등했고, 전날 전미소상공인연맹에서 집계한 11월 소기업 낙관지수는 2021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공급망 혼란과 수요 변동으로 인해 몇 년간 불안정했던 시기를 거쳐 공급 물가 등 인플레이션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가의 이러한 평가 속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1bp 내린 4.123%, 2년물은 3.5bp 내린 4.144%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오전 9시 52분 현재 전날보다 0.65%, 나스닥은 1.25%, 다우존스 지수는 0.1%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세로 장초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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