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8년 만이다.
헌재는 국회가 넘긴 탄핵안을 받아 최장 180일 동안 심리한 다음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린다. 앞선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일단 입법부가 탄핵과 관련한 절차를 마무리한 만큼 이제 사법의 시간이 도래했지만, 당분간 정국에는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기 말에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과 달리 취임 2년 7개월을 넘긴 윤 대통령은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인 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과 11일 만에 직무가 정지된 만큼 국정은 급제동이 걸렸다.
의료 개혁을 위시해 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추진한 주요 국정 과제는 동력을 잃고 현상 유지도 어려운 지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비상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내각 주요 구성원들의 공백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석이고, 법무부 장관·서울중앙지검장·감사원장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직무가 정지됐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최고 지휘부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비상계엄 사태' 관여 혐의로 나란히 구속됐다. 한 총리 본인도 계엄 사태의 피의자 신분인 데다 야당의 탄핵 가능성도 있다.
여야 정치권에도 탄핵 정국의 여파가 밀어닥칠 전망이다.
대선 승리 2년 9개월여만에 대통령 탄핵을 맞은 여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물리적 분열로까지 치달았던 이른바 '탄핵의 강' 앞에 8년 만에 다시 서게 됐다.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서 드러났듯 아직 당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와 당권을 쥐고 있는 친한계(친한동훈)계 간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며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지도부'의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한 대표는 사퇴 의사가 없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 내홍이 극심해질 경우 2016년 탄핵 때처럼 분당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여세를 몰아 정권 탈환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수권 능력을 증명함으로써 조기 대선에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계엄 사태의 특검과 국정조사도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헌재의 결정 시기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선거법은 선거사범 항소심과 상고심을 각각 3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상급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만약 대선이 내년 여름으로 넘어간다면 이 대표의 2·3심 판결이 먼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선판을 크게 뒤흔들 변수로 관측된다.
여권에서도 탄핵 반대론자들의 주요 논거가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면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덮고 대권에 직행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였다.
다만, 여야 모두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유불리 계산보다는 일단 당면한 국가적 과제 해소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북한·러시아 혈맹 결성, 대내적으로는 구조적 장기 경기 침체 조짐 등 나라 안팎으로 '퍼펙트 스톰'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로 더욱 고조된 불확실성을 잠재우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