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뉴욕 증시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8거래일 연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테슬라와 브로드컴 등 대형 기술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현지시간 1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99포인트, 0.38% 오른 6,074.08포인트로 지난주 사상 최고가에 다가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47.17포인트, 1.24% 급등해 2만 173.8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대형 보험, 제약주 약세가 이어지며 110.58포인트, 0.25% 내린 4만 3,717.48로 거래를 마쳤다.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이 다가오면서 그간 강세를 보이던 미 달러화 인덱스는 0.11% 내린 106.89,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0.2bp(1bp=0.01%) 내린 4.397%로 관망세에 돌입했다. 국제유가는 중국이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뒤 수요 약화 우려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1% 내릴 배럴당 70.5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여전히 강력했다. S&P글로벌에서 이달 3일부터 지난주까지 기업 구매관리 임원을 상대로 집계한 12월 미국 구매관리자지수는 이달 기준 56.5으로 33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지수는 48.3으로 3개월 최저였지만 서비스업은 38개월 최고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서비스업은 2015년 3월 이후 팬데믹을 제외한 시기 중 최고치였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경제 성장이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12개월 전망은 2년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을 미리 반영한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움직임은 생산자 물가 등에 추가적인 압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0.2를 기록했다. 11월 31.2보다 낮았지만 연말을 앞두고 뉴욕주 기반 미 제조업체의 업황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뉴욕 연은은 신규 수주와 출하는 11월에 이어 견고했고, 향후 비즈니스에 대한 전망은 24.6으로 회복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11월 비농업 일자리와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한 시장은 이틀 뒤에 나올 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월가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25~4.50% 범위가 될 가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12월 FOMC의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9.09%에 달한다.
이미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한 시장은 성명서와 함께 나올 경제전망요약(SEP),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Fed)은 매 3개월 마다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점도표,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 예상치를 묶어 발표해왔다. 지난 9월 회의 당시 연준은 점도표에서 내년 4번의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가 사실상 멈춰서면서 금리인하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2%위로 다시 올라섰고,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져왔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점도표를 통한 내년 금리 전망치의 중앙값은 “4회 인하가 아닌, 3회 인하로 수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이날 대형 기술주들의 움직임이 크게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지원 기대로 상승한 테슬라는 이날도 6.14% 뛰어 사상 처음 시총 1조 5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연방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 지원으로 테슬라가 AI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웨드부시는 테슬라의 FSD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가치가 1조 달러 이상으로 이를 반영해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400달러에서 515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모건스탠리 등 주요 월가 투자은행들의 목표가 상향 흐름과 같이하는 것으로, 보수적인 의견의 트루이스트도 로보택시 서비스와 긍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기업이 될 수 있다며 목표가를 238달러에서 360달러로 높였다.
지난 목요일 AI 맞춤형 반도체 설계로 깜짝 실적을 쓴 브로드컴은 이날도 11.2%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번스타인은 “브도드컴이 엔비디아 모멘텀을 맞이했다”며 AI 인프라 수요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3년간 AI 기반의 성장 기회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와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100만 개의 맞춤형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반도체 수요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브도드컴을 마벨 테크놀로지, 온세미, 램리서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과 함께 6개 종목을 내년 반도체 선호주로 제시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이날도 1.68% 내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틀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월 기록한 고점 대비 약 12% 하락해 기술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트루이스트는 “AI 인프라에 여전히 필수적인 기업이지만, 시장은 다른 수혜 기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섹터 내에서 순환매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CVS헬스, 시그나 등 미 대형 보험 사업자들은 이날 3~5% 급락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마라라고에서 미국의 약국혜택관리자(PBM)를 겨냥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중간에서 막대한 돈을 버는 끔직한 중개자”라며 역할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약국혜택관리자(PBM)를는 제약사와 약국 사이에서 보험을 적용받은 환자들에게 제공할 약갑 조율 등의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들 업체가 약값 인상의 주요 요인이라며 규제 방침을 밝혀왔다.
한편 퀄컴과 Arm홀딩스는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본격적인 지적재산권 법정 다툼에 돌입했다. 퀄컴은 2021년 누비아를 인수한 뒤 Arm 라이선스를 이용해 스냅드래곤 엑스 엘리트 등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에 대해 Arm은 누비아의 인수와 라이선스 취득은 별개의 사안으로 “당시 보유한 설계 데이터는 파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세계 모바일 기기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가진 두 회사간의 분쟁 결과에 따라 시장에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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