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규제 완화와 관련해 "주 52시간제 자체는 좋은 제도지만, 개발이라는 특수 활동에는 부정적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18일 한국공학한림원(한림원)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반도체 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사장은 "대만 TSMC에서는 엔지니어가 오래 일하면 특근 수당을 주고 장려한다"며 "개발을 하다보면 관성이 붙는데, 주 52시간제 자체는 좋은 제도이지만 개발이라는 특수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습관이나 관행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날 한림원이 개최한 발표회에서는 국내 반도체 석학들이 모여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 진단과 해법이 논의됐다.
김기남 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그 어느때보다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리의 기술적 우위는 점차 위협받고 있고,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우위를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평준화 시대에 도래했다"며 "D램은 미세화 기술이 한계점에 봉착해 기술 수준이 엇비슷한 수준이고, 낸드플래시도 몇 층을 쌓아올리느냐 단수의 차이가 지금 없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적시투자로 제조업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적시투자를 위해 용인, 평택 중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향후 20년간 300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 전무는 "미국의 경우 투자비의 40%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2047년까지 필요한 재원 약 1천조 원 가운데 30%는 적시투자를 위한 보조금 및 기금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공동 투자한 파운드리 전문기업 'KSMC'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대만은 TSMC 외에도 UMC, PSMC 등 각각 노드가 겹치지 않게 파운드리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며 "우리는 사실상 삼성전자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과 용도별 파운드리가 세분화된 대만과 달리 한국은 삼성전자에게만 파운드리 생태계를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저해해 삼성전자의 경쟁력도 잃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권 교수는 공공부문과 민간이 공동 투자한 레거시·미들텍 전문 파운드리 기업 KSMC를 만들어 노드별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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