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번달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개인 고객이 주요 은행에서 미국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를 보유해온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고객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지난 1~20일 2억1천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1천70만달러로, 월별 일평균 환전액으로는 지난해 8월(1천840만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일평균 환전액이 1천만달러를 넘은 것도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달 일별 환전액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4일 2천385만달러로, 하루 전(1천229만달러)의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이었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직후 지난 9일 환전액은 2천182만달러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 선을 넘나들자 개인들이 단기 고점에 근접한 것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한 지난 19일에는 환전액이 1천65만달러에 그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외 변수보다 국내 변수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5대 은행에서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금액은 지난 1~20일 2억3천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일평균 환전액은 1천180만달러로, 지난 8월(1천280만달러) 이후 최대였다.
환율이 급등한 지난 4일과 9일, 19일에 각 1천933만달러, 2천170만달러, 1천657만달러 등으로 환전이 약간 늘었지만 극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고객도 있지만, 이미 상당 폭 올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구간"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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