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미국행에 무게…헌법소원 기각

입력 2024-12-2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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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 가운데 인도 결정 권한에 대한 법적 문제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24일(현지시간) 권씨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에 전했다.

헌재는 지난 10월19일 권씨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대법원 결정의 집행과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의 집행을 중지하고 2개월 넘게 심리했다.

쟁점은 대법원이 9월19일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긴 것이 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여부였다.

권씨 측은 범죄인 인도 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됐고 법률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유럽 인권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법률 해석에 관한 문제는 일반 법원의 권한임을 인정한다"며 "헌재는 일반 법원의 사실 규명, 증거 평가, 법 해석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명백한 자의적 판단) 외에는 개입하지 않으며 법이 명백히 잘못 적용되거나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한 경우에만 개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이번 사건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려한 결과, 피고인(권도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으며 가족생활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기각 결정으로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는 다시 가동되고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이 조만간 권씨를 어느 나라로 보낼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보조비치 장관은 지난 8월8일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인 인도 문제는 법무부 장관의 통상적인 업무 중 하나로 누구든 더 중요하게 여기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지난달 4일에는 현지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교적으로 한국, 미국 대사관 대표들과 (권씨에 대해) 논의했지만 어떤 압박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권씨의 범죄인 인도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조비치 장관의 최종 결정에 달렸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

국익 관점에서 몬테네그로 정부가 한국보다 미국을 더 선호할 수 있고, 하급심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이 대법원에 두 차례나 이의 제기를 한 점을 보면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어 권씨 측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권씨의 신병 인도가 언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만에 붙잡혔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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