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와 1,460원대 고환율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달 전체 산업 체감 경기가 4년 3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p 하락한 87로 집계됐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CBSI가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치인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달 전산업 CBSI는 2020년 9월(83p)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락 폭(-4.5p)은 2023년 1월(-5.6p) 이후 가장 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업들에게 애로사항을 여쭤 봤을 때 환율이 큰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대답한 업종은 화학,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신정부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및 경쟁 심화 등도 여전히 대외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기업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제조업과 비제조업 체감경기가 모두 하락하며 전체 기업심리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달 제조업 CBSI는 전월보다 3.7p 하락한 86.9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2월(86.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하락 폭은 2022년 9월(-5.6p) 이래로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비제조업 CBSI는 5.0p 하락한 87.1로, 올해 2월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하락 폭은 2023년 10월(-7.4p) 이후 최대다.
제조업은 업황(-1.3p), 자금사정(-1.3p) 등, 비제조업의 경우 채산성(-1.5p), 자금사정(-1.5p) 등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음 달에도 제조업과 비제조업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았다.
내년 1월 CBSI 전망은 제조업이 전월 대비 3.7p 하락한 85.2, 비제조업은 전월 대비 10p 하락한 80.3으로 조사됐다.
황 팀장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환율 상승 등은 특히 비제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이 같이 불확실한 상황이 다음 달 전망에 반영되면서 비제조업 기업심리 전망이 많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에 비해 9.6p 하락한 83.1을 기록했다.
ESI가 100을 하회하게 되면 기업과 가계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나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중 3,292개 기업(제조업 1,848개·비제조업 1,444개)이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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