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미국 간다…몬테네그로 당국 결정

입력 2024-12-28 06:43   수정 2024-12-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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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빚은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권도형 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2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가 보도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범죄의 중대성, 범죄 장소,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의 국적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대부분의 기준이 미국 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권씨에 대해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동시에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권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대법원이 9월19일 하급심의 한국 송환 판결을 무효화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권을 법무장관에 넘긴 판단이 적법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권씨 측은 범죄인 인도 절차가 부당하게 진행됐고 법률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보조비치 장관이 최종 권한을 쥐게 되면서 헌재 결정 사흘 만에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론을 지었다.

권씨가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국익 관점에서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씨를 언제 미국으로 인도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의뢰인과 변호인단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결정문이 공식 전달되기 전에는 신병 인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무부에 결정이 내려지면 즉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보조비치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의뢰인의 기본적 인권, 즉 방어권과 법적 구제를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로디치 변호사는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이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ECHR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지만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연할 수 있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라 100년 이상 징역형도 선고될 수 있지만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여년으로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권씨 측은 한국 송환을 원해왔다.

권씨 측이 미국행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던 만큼 최종적으로 권씨가 미국으로 신병 인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붙잡혔다.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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