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에 심취한 전직 군 인사가 지난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고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은 주변의 무속인들에 의지해 계엄을 결정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사주와 점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에 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무속인에게 '언제 상담이 가능하느냐'고 문의하자 가장 이른 날짜가 5월 17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올해는 전부 마감이고 내년 1분기도 가득 찼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무속인은 빨라도 3월 22일에 시간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연말에 신년운세를 보려는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특히 관심이 뜨겁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안산보살'로 활동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역 정치인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자 일반인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한 무속인은 28일 연합뉴스에 이달 들어 새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며 "나라가 어수선하고 경제까지 덩달아 어려워져서 답답하다며 찾아온 손님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의정부 한 점집의 상담실장은 "신년 운세와 사주 예약이 계속 늘고 있다"며 "기존 단골들이 예약하기 어렵다며 성화"라고 말했다.
종교계 일각에선 미신이나 사이비 같은 무속 신앙을 언론이 홍보해주는 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권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55)씨는 "점괘를 보고 무당을 믿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방송이 나와 떠들어 불쾌하다. 어떨 때는 뉴스를 보다가 텔레비전을 꺼버린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신년 운세나 사주를 보는 것과 정관계 인사가 공적인 의사 결정을 하며 이에 의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처음 사주를 예약했다는 직장인 이모(31)씨는 "TV에서 유명인들이 사주와 점술에 의지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라며 "개인이 이사 날짜를 정하는 것과 군 통수권자가 계엄 여부를 정하는 문제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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