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마가에 '전쟁' 선포했다…내홍 심화

입력 2024-12-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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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 미국의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비자 정책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새롭게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술업계 인사들과, 오랜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이 대부분인 이민정책 강경파 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논쟁에 참여해 공개적으로 반대파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머스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밤 엑스(X·옛 트위터)에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썼다.

이번 논란은 인도계 기술자인 스리람 크리슈난이 백악관 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이민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은 크리슈난이 지난달 엑스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cap)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백악관 내 크리슈난 기용을 비판하면서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공격했다.

이런 견해는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진영 내에서 급속히 확산했다.

트럼프의 오랜 측근인 스티브 배넌도 전날 그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H-1B 비자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라고 비판하면서 "H-1B 비자? 이것은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등 트럼프 측 일부 인사들은 크리슈난을 옹호하며 실리콘밸리의 인재 부족을 강조했다. 머스크 역시 실리콘밸리에 공학 인재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담은 엑스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미국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엔지니어이면서 의욕이 넘치는 사람의 수는 너무 적다"고 강조했다.

H-1B 비자는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발급되며 고용주 보증 아래 체류가 가능하다. 이 비자 소지자는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인도와 중국 등 국가별로 정해진 쿼터가 있어 수년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문직 고급인력에 한해서는 이런 제한을 없애 미국 이민의 문을 넓히자는 것이 크리슈난 등 실리콘밸리 기술업계의 주장이다.

트럼프 진영 내의 이런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전문직 비자 문제에 대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격이 다른 트럼프 지지 그룹 간 충돌과 분열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아직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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