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환차손만 10% 넘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보며 산업계 전반이 시름하는 가운데, 대기업보다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산업계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환리스크(위험)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수출 중소기업 304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특히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판매는 내수에 집중해 온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연간 500억원 규모 수입을 한다는 한 의류업체는 환율이 오른 만큼 손해를 봤다며 "연초 계획보다 거의 10% 넘게 손해"라고 토로했다.
'K-뷰티'로 수출에 날개를 단 화장품 업계 역시 환율 급등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 증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따른 손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들은 팜유, 글리세린 등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나 기능성 원료들은 수입해오는데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원재료 비용 상승 압박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더라도 선물, 보험 등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상품 활용을 통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은 부재한 편이다. 대체로 단가 조정이나 원가절감, 대금결제일 조정 등 간접적인 대응에 나서는 데 그쳐 환율이 급변하면 고스란히 환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거나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즉각적으로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경우 역시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이 당장 겪는 손해를 넘어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면 생산·납품에 장애가 발생해 거래처가 끊기거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원가 절감, 투자 축소 등에 나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내년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소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주 52시간제는 지난 2018년 도입됐다. 그러나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8시간 추가근로제가 지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됐고 올해 말까지 시정 기간을 늘려주는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8시간 추가근로제가 일몰돼 지난해 1월 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에 부여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종료한다고 밝히자 이들 기업은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주 52시간제 적용이 버겁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