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난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후 탄핵정국으로 이어지고 있고, 지난주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국회가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앞선 11월부터 이미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결과에 따른 위기감이 맴돌고 있었던 상황인데, 예상할 수 없었던 정치적 이슈까지 발생하면서 초토화됐습니다.
정치 이슈 전개 상황과 국내 금융시장 반응을 정리해봤습니다.
2024년 11월에 미 대선 결과가 전해진 후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관세 등이 현실화하면 국내 수출에 악영향이 있을 거란 우려가 제기됐고, 4분기 1323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고점을 높였습니다. 12월 3일 계엄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27일 장중 한때 1487원으로 고점을 찍었고, 2024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가 1472원으로 연말 종가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습니다. 앞으로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 원·달러 환율 1500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도 내림세를 보였는데, 미 대선 시점에 2576이었던 코스피지수가 2400 선을 하회하며 2024년 거래를 마쳤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3조4천억 원 순매도 했는데, 국채는 더 팔았습니다. 무려 17조 원 어치를 내다 팔았습니다.
<앵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3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통상과 안보 등 정책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불리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수출이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는데,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죠?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관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10% 보편관세와, 60%의 대중국 관세를 예고했습니다. 취임 이후 얼마만큼 실현될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부과할 관세도, 중국이나 멕시코, 캐나다 등에 부과할 관세도 모두 우리나라 수출엔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2024년은 우리나라 수출이 11월까지 622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6836억 달러)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두자릿수 증가율을 계속 기록하다가 9월 들어서부터 둔화하는 모습이고(9월 7.1%, 10월 4.6%) , 11월엔 1%대로 증가폭이 확 줄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구조적으로 수출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위기감이 높습니다. 우리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상반기에만 657억 달러 어치를 수출한 일등 공신인데요, 지금은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전효성 기자와 강미선 기자의 리포트 듣고 이야기 이어나가겠습니다. 안그래도 둔화하고 있는 수출, 트럼프 집권으로 얼마나 타격이 우려되나요?
<기자> 미국이 한국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13.1%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인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대미수출이 1157억 달러를 기록했으니 150억 달러, 최대 22조 원까지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미 수출뿐 아니라 3국으로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되고요, 이 효과까지 포함한 전체 수출 전망으로는 연간 총수출액 최대 60조 원 이상(448억 달러)(61조 6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수출기업의 3분의 1 정도가 2025년 최대의 리스크로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꼽았습니다. 미국 관세도 두려운데, 당장 체감되는 중국의 위협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니 답답한 상황이네요. 각국 정치인, 경제인 모두 발벗고 나서서 자국 이익을 챙기는 모습들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기자> 관세뿐 아니라, 안보, 기술, 가상화폐 정책까지 트럼프가 입을 열 때마다 관련 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는 개별 협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많은 인사들이 인수위가 꾸려져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아가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트뤼도 총리가 있고,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에 만남을 거부했으나, 고 아베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 방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1천억 달러 대미투자 선물 보따리를 받아들곤 회담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과도 만났습니다.
또 애플과 구글,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틱톡의 경영자들까지도 트럼프와 만났거나 만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용진 신세계 회장 정도이 트럼프 당선인과 대면한 사실을 밝혔고, 취임식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초대받은 사실까지 알려졌습니다. 정치, 외교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국내 국정 공백이 이어지면 미국의 신행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앵커> 내수 쪽도 살펴보죠. 소비가 줄어든 탓인가요, 연말연시 분위기가 예년처럼 밝지 못합니다. 먼저 현장 분위기를 김채영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현장 분위기 봤는데, 통계로도 이같은 현실이 나타나고 있죠?
<기자> 코로나 이후 제대로 반등해보지도 못한 내수가 계엄사태 등으로 또한번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먼저 11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0.4%, 1.6%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전산업생산은 석달째, 설비투자는 두달째 감소세를 보인 것이고, 소매판매는 0.4% 소폭이나마 상승하긴 했지만 지속여부가 확실치 않습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계엄사태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앞으로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고, 전반적인 소비를 줄일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4개월째 기준치를 밑돌고 있는데, 이중, 심리지표인 기업심리지수(CBSI)를 보시면 12월에 역시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채용과 투자의 주체인 기업도, 소비 주체인 개인도, 정치가 초래한 지금의 상황을 코로나 팬데믹 때 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당장 1월 2일부터 새해 예산을 풀어 돈이 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상반기에 연간 예산 75%를 조기 집행할 계획이고, 특히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 관광 예산을 최우선 집행할 예정입니다.
또 예산으론 부족하니 추경을 서둘러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야당과 더불어 이창용 한은 총재까지도 추경 편성을 적극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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