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로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지만 유독 수혜를 입는 업종이 있습니다.
달러로 대금을 받는 조선업종인데,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시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입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고환율로 모든 조선사들이 수혜를 보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주요 조선사들의 주가 추이를 먼저 살펴보죠.
<기자>
조선사들은 달러로 수주 대금을 받기 때문에 고환율 시기에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힙니다.
보통 국내 조선사를 이야기할 때 주식시장에 상장한 3곳을 많이 비교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죠.
오늘은 삼성중공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조선 3사의 주가 추이를 보시죠.
고환율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3곳 모두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각 사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인 친환경선을 잇따라 수주한 점도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주가 상승 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비가 엇갈리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조선 3사의 상승폭을 52주 신저가와 비교해봤더니 HD현대중공업은 170%, 한화오션이 80%, 삼성중공업은 65% 등 순이었습니다.
시가총액이 가장 낮은 삼성중공업이 주가도 가장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앵커>
같은 조선업종인데 삼성중공업만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는 모습이네요.
당장 지난주만 해도 7,5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고를 올렸는데 주가가 부진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른 회사들은 고환율에 혜택을 보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소외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조선업은 계약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고환율 상황에서 그만큼 받는 돈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고환율에 막대한 환차익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특유의 환헤지 전략 때문에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계약 시점 환율로 고정해 거래하는 100% 환헤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환헤지 비율을 60% 수준으로 설정하고 환율 상승 추세에 따라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환헤지 비율이 60%대인 경우 환율이 10% 오르면 매출액이 5%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 매출 약 10조 원대인 삼성중공업에 적용해 단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삼성중공업이 환헤지 비율을 60%대로 설정했으면 최소 5천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선박은 수주부터 인도까지 2년가량 소요됩니다.
지난 2년 새 환율이 15%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낼 수 있었던 추가 수익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조선이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주요 이유가 바로 실적이 개선된다는 것 때문인데,
환헤지 비율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엇갈리겠네요?
<기자>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달러 강세를 확신하며 조선 3사 중 가장 유연하게 환헤지 전략을 펼쳤고 이게 맞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해 컨퍼런스 콜을 통해 환차익에 따른 성과를 거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환차익과 환손실 규모의 경우 기업이 통상 공개하지 않는 사항이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10%씩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성장 전망치를 보면 한화오션은 600%에 달하는데, 삼성중공업은 75%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삼성중공업이 조선 3사 중 영업이익률 1위 자리를 내주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신용평가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환헤지 전략이 바뀔 때가 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회사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저도 취재를 하면서 궁금증이 생겨 삼성중공업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환헤지 전략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삼성중공업은 100% 환헤지 전략은 환율 변동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예측 가능한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여러 지적이 있지만 환헤지에 올인하는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장기간 업황 불황으로 오랜 기간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수익 확대보다 비용 축소를 중심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익명으로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조선업이 이게 갓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데다 모회사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너무 보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환헤지 전략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
최근 수주 계약 형태가 인도금이 아닌 선수금 중심으로 바뀌며 환율 리스크가 줄었기 때문에 완전 환헤지는 현 시점에 맞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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