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지붕이 무너졌다. 다 지은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준다고 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으며 1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맞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증권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때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썼던 GS건설의 이야기다.
◆ 오너 4세 등판하며 수주왕 '성큼'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건설의 2024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7,664억원, 3,402억원으로 집계되며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에 대해 주택 실적 정상화에 힘 입어 검단 사고 여파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1년 만에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검단 사태 이후 반년만에 등판한 허윤홍 사장의 공이 컸다. GS건설은 침체 일로를 걷는 부동산 경기를 견뎌내고 붕괴 사고로 실추된 회사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10여 년 간 지속해온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4세다. 취임 이후 국내외 할 것 없이 왕성한 행보를 보였다. 해외에서는 삼성E&A와 함께 사우디에서 60억8천만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역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서도 도시정비사업에서만 3조원 넘는 일감을 따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 규모만 14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목표치를 넘어섰다.
허윤홍 사장은 올해도 본업에 충실하며 내실을 다진다는 목표다. 이미 신년사를 통해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경영 방침으로 기반사업 강화, 자이(xi) 리브랜딩,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를 강조했다.
◆ 차떼고 포떼고 '자이' 주력…지속가능성은
그러나 허윤홍 사장 관심의 팔할은 주택에 가 있는 모양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22년 만에 '자이(Xi)' 브랜드를 새 단장했다. 허 대표 취임 직후 시작된 1년 간의 리브랜딩 과정을 통해 고객지향과 신뢰에 방점을 찍겠다는 목표에서다. 새로운 자이 로고는 송도를 시작으로 신규 분양 단지에 우선 적용하고, 현재 짓고 있는 단지들도 외벽 등을 다시 칠해준다. 이에 전체 매출 대비 70%를 웃도는 건축·주택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허 사장이 자이에 공 들이는 동안 신사업은 떨어져 나가고 있다. GS건설은 GS엘리베이터에 이어 수처리 회사인 GS이니마 매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일부 지분만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영권 전체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GS이니마는 GS건설 신사업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알짜 회사다. 기업 가치만 최대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매각과 동시에 GS건설에 조단위 실탄을 안겨줄 전망이다.
높은 값을 쳐줄 때 팔 수 있는 자산을 팔고 캐시카우인 주택에 집중해 안정적인 수익과 재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GS건설의 비전은 과연 유망할까. 주택 사업의 관건은 착공 여부다. 착공 물량은 통상 공사 시작 후 3~4년 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GS건설의 2025년 매출과 이어질 수 있는 2022년 착공 물량은 29곳에서 7조1,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2023년 17곳 3조3,847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착공 현장도 14곳에 불과하다. 결국 2021년 착공 물량 덕에 2024년 매출은 증가하지만 2025년부터는 다시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매년 2만가구 이상 쏟아내던 신규 분양 물량도 올해에는 1만5천가구 수준으로 줄어든다. 알짜 회사를 팔아가면서까지 주력한 주택 사업이 외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의 사업 진행과 저수익 고비용 사업의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무리한 수주를 지양하고 투자의 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2025년은 현금흐름 측면에서 입주관리가 중요한 과제인 만큼 입주 물량에 대한 잔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다시 재개하는 배당, 인심은 '글쎄'
대내외적 변수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건설업황 속에서도 실적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주주들에게 돌려줄 차례다. GS건설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조정 지배주주 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빠짐없이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 한 해 건너뛰고 다시 배당을 재개하는 것이다. 2023년에는 검단 사고 여파로 순손실 4,193억원을 기록하며 배당할 재원이 없었다.
문제는 해당 주주환원책이 중장기 공시라는 점이다. GS건설은 지금까지 1년 단위로 배당 계획을 밝혀왔다. 향후 수 년간의 주주환원 정책을 공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진정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면 예전처럼 연간 단위로 배당 계획을 공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욱이 배당성향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총약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 2019년까지는 배당성향이 20%를 밑돌았지만 2020년 30.8%, 2021년 27%, 2022년 32.5%로 높아졌다. 결국 이번에 설정한 GS건설의 배당성향 목표는 지난 3개년 평균보다도 10% 포인트 낮은 셈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내실화에 목표를 두고 안정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주주환원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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