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Siri)가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집단 소송에 대해 95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이 밝혔다. 이번 합의안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제출되었으며, 미국 지방법원의 제프리 화이트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송에서 원고들은 애플이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시리를 활성화했을 때 개인 대화를 무단으로 녹음하고, 이를 광고주 등 제3자와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음성비서는 일반적으로 “헤이 시리(Hey, Siri)“와 같은 특정 명령어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은 특정 대화를 통해 시리가 의도치 않게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원고는 에어 조던(Air Jordan) 운동화와 올리브 가든(Olive Garden)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한 뒤 관련 광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원고는 의사와 개인적으로 논의한 수술 치료와 관련된 광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시리의 “헤이 시리” 기능은 2014년 9월 17일부터 도입되었으며, 소송 기간은 2014년 9월 17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설정되었다.
시리를 사용한 애플 제품 사용자 수는 수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자는 아이폰, 애플워치 등 시리 지원 기기 한 대당 최대 2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애플은 합의에 동의했지만,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과 변호인단은 목요일 언론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원고 측 변호사들 역시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소송 합의금에서 최대 2850만 달러(약 378억 원)의 변호사 비용과 110만 달러(약 14억 원)의 소송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의 이번 합의금은 회사의 최근 회계연도 순이익 937억 4천만 달러의 약 9시간 치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편, 구글의 음성비서(Google Voice Assistant)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비슷한 소송도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의 원고들은 애플 사건을 맡은 동일한 법률 사무소로부터 대리받고 있다.
한국경제TV 글로벌콘텐츠부 엄수영 기자
bora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