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전통시장에서 치매 운전자가 자동차 돌진 사고를 일으켜 사상자 13명이 나온 가운데 사고 예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A(74)씨는 2023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3개월 동안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약이 다 떨어진 후에는 진료를 받거나 추가 처방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이번 사고를 내기 전 3년간 차를 몰며 교통사고를 두 번 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경증·중등증 치매 환자 5명 중 1명 이상이 운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환자는 인지 능력과 판단력뿐 아니라 감각 능력도 저하되어 운전 시 사고 가능성이 건강한 고령 운전자 대비 2∼5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도로교통법은 치매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로 분류하지만,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치매 환자더라도 운전은 가능하다. 경증 환자는 면허를 제한할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치매 발병 뿐 아니라 운전 능력도 고려한다.
현행 법령에 따라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는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되어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알리고 운전 능력을 재평가받게 한다.
그러나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치매 진단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정기 적성검사를 받을 때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를 먼저 받지만, 75세 미만은 선별검사 의무가 없다.
A씨는 74세에 단기 치료만 받아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치매 인구가 지난해 100만명을 넘겼고 2050년에는 300만명을 초과할 전망인 만큼,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코드에 중증도 정보를 추가하고 이를 토대로 적성검사 주기를 맞춤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운전면허 제한이 삶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인권 차원의 문제"라며 "다른 나라들도 깊게 고민하고 절충선을 찾아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도 중증도 이상의 치매를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본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면허를 유지하지 못한 운전자에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
조건부 면허는 제한속도가 80㎞ 이하인 도로에서만 주행할 수 있는 면허, 하루 평균 100㎞ 이하 거리만 운전할 수 있는 면허, 급발진 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만 몰 수 있는 면허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