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 이후 벌어진 한국 정치의 혼돈을 두고 외신들은 정치적 양극화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벌어진 온라인 선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배후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있다면 윤 대통령에겐 '태극기 부대'가 있다"고 썼다.
"그들에게 윤 대통령 수호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종북주의자'들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과 동의어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NYT는 윤 대통령과 우익 유튜버들이 한국의 선거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부정선거 주장을 조사하기 위해 군인들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또 "대체로 한국인들은 그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버들이 퍼뜨린 온라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뿌리 깊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그들(유튜버)은 윤 대통령의 상황을 둘러싼 혼란을 부추겨 열성적 신봉자들을 거리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NYT는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주장이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선호하는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알고리즘으로 사용자가 믿고 싶은 것만 믿도록 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한국의 정치가 이런 함정에 빠져 양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언론재단이 2022년 실시한 조사를 제시하며 한국 국민의 절반이 넘는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며 이는 세계 46개국 평균(30%)의 갑절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AFP 통신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호한 음모론'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국회가 윤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유튜버들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소수 집단이 그를 보호하려 나섰다고 지적했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에서 실제 삶이 소설보다 더 이상해진 이유'라는 기사에서 한국 사회가 오랜 분열에 찢어지다가 모든 국가적 상처가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1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 기사에서 "이 나라는 케이팝과 각종 상을 받은 영화,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넷플릭스 인기작들로 전 세계에 스스로를 능수능란하게 내보였지만, 반짝이는 표면 아래에선 오랜 상처와 새로운 위기들이 사회를 찢어놓고 있다"고 적었다.
라시드 기자는 "서울의 대통령 관저 바깥에선 매일 같이 이런 격렬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 금요일 윤 대통령의 체포없이 끝난 6시간 동안의 대치는 (한국의) 미래가 여전히 얼마나 불확실한지 일깨워줬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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