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는 가운데 그의 환심을 사려는 기업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지난 두 달간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식, 정책 운영, 대통령 도서관 건립 등을 위해 모금된 개인 및 기업 기부금이 2억달러(2천944억원)가 넘는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 중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지원 위원회에 모인 기부금은 1억5천만달러(2천200억원)다.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 당시의 1억700만달러(1천575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모금단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도 기부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트럼프 취임식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기업은 화이자, 아마존, 오픈AI, 메타 등 주요 빅테크와 복수의 암호화폐 업체 등이다.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 미국의약연구제조업협회(PhRMA) 등은 각 100만달러(14억7천만원)를 기부했다. 골드만삭스와 제너럴모터스(GM),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AT&T, 스탠리 블랙 앤 데커 등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등 빅테크 기업인들도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했다.
제약업체 화이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 선거자금 모금책인 제프 밀러가 운영하는 대정부 로비업체 '밀러 스트래티지'를 통해 기부를 약속했다. 밀러 스트래티지는 우버와 오픈AI의 로비도 담당한다.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 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한 사태 이후 여러 기업 수장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행보가 달라졌다고 NYT는 짚었다.
당시 수십 개 기업이 향후 정치적 기부를 재고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일부는 기부를 중단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거액의 기부를 통해 '속죄'를 구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모금을 담당한 로비스트 데이비드 타마시는 NYT에 이를 인정하며 "기업들이 과거 이전의 트럼프 임기 동안 주로 방관자로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모든 수단을 써서 이번 임기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워싱턴 DC의 유서 깊은 전통"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기업들)은 더 이상 정치적 베팅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업계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이전 정권이 도입한 암호화폐 규제를 철폐해 업계를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가상화폐 리플 발행사는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로 트럼프 측에 500만달러(73억원)를 기부했고,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기업 로빈후드는 200만달러(29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측 로비스트 타마시 등이 파트너로 있는 로비회사 '차트웰 스트래티지'도 트럼프 취임식을 위해 300만달러(44억원) 이상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로비업체는 현대차와 SK그룹의 미국 자회사 등 트럼프의 관세 공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을 대리한다고 NYT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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