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이달 20일 취임을 앞두고 핵심 공약 중에 하나인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단독 보도가 공개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당 사실을 반박하며 오늘 오전 내내 달러화와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출렁였다.
전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 인덱스는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오전 한때 1% 넘게 하락하다 트럼프의 반박 글 이후 낙폭을 줄였다. 달러 인덱스는 이날 0.64% 내린 108.25선을 기록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오전 중 4.57%선까지 하락한 뒤 장 마감 기준 0.9bp 상승한 4.604%에서 거래를 마쳤다.
워싱터 포스트는 보도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이야기 해온 전세계 제품들에 10~20%, 중국산에 60%까지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의 변화 가능성을 전했다. 현재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루트닉과 재무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가 해당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기 집권 당시 2017년과 2018년 사이 고강도 관세 전쟁을 벌이던 당시처럼 협상용 전술로 고율의 관세를 언급한 뒤 실제 수위는 낮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인수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관세 부과안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 혹은 경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항목으로 좁혀지고 있다. 주로 방위산업, 핵심 의료기술 원료, 에너지로 가령 철강이나 알루미늄, 의료용 바늘이나 약품 용기,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에 집중적인 관세 부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인수위의 이러한 변화는 수입 식품이나 전가 전자제품 등 일반 서민들까지 인플레이션 영향에 놓일 가능성을 크게 줄이는 조치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트럼프 2기 관세가 실현된다면 실제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와 내년을 더해 약 0.4%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관세 정책은 예측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대통령의 협상 수단으로 쓰일지 영구적으로 적용할 지 알 수는 없지만, 물가 경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이지만, 올해 영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길어지거나 내년에 금리인상을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CME그룹에서 선물 거래를 바탕으로 추정한 연준(Fed)의 1월 금리 전망은 동결확률 90%, 3월에도 약 50.9%의 확률로 동결 기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연준(Fed)의 리사 쿡 이사는 이날 미시간대 로스쿨 연설에서 “시간이 지남에따라 정책금리를 보다 중립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 정체를 이유로 “향후 금리인하는 더 신중히 진행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등 연준의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이런 해프닝에도 반도체, 빅테크 기업들의 강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6%, 25.57포인트내린 4만 2,706.56으로 오전의 상승분을 반납했지만, 엔비디아와 구글의 강세 속에 나스닥이 1.24%, 243.3포인트 뛴 1만 9,864.98, S&P500 지수가 32.91포인트, 0.55% 오른 5,975.38로 6천선에 다시 다가섰다.
빅테크 기업들은 현지시간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이번 CES의 주요 기조연설과 출품 제품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픈AI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일반적인 업무를 자동화할 AI 에이전트 혁신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재무제표와 이메일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의 화학 구성을 검토하거나 보고서의 오류를 잡아내는 등 업무 효율을 개선할 기술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지난해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이 다양한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개막 연설은 이번 CES 최대 행사로 꼽힌다. 젠슨 황은 지난해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산업의 운영 방식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며 H100 등 주요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이날 반도체 업종은 이런 기대와 함께 전날 대만의 폭스콘(혼하이정밀)이 발표한 4분기 사상 최대 매출로 전반적 강세를 이어갔다. 폭스콘은 4분기 총 매출액 2조 1,323억 대만달러(약 95조 1천억원 규모)로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2025년 1분기 매출 전망에 대해서도 “전통적 비수기”라면서 회사측은 “전년 동기 대비 상당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영향으로 TSMC는 뉴욕증시에 상당한 ADR 기준 5.49%, 엔비디아가 3.43% 뛰었고, 필라델피아반도체 인덱스가 2.77% 강세를 보였다.
이번 CES에서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 완전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우버와 리프트, 테슬라를 비롯해 퀀텀 컴퓨팅 관련 업체인 디웨이브퀀텀(11.65%), 아이온큐(6.79%) 등이 급등했다.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는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인 푸보(Fubo)TV 지분을 70% 인수해 훌루 플러스와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소식으로 푸보TV가 이날 하루 만에 251% 폭등했고, 디즈니는 -0.1%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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