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 건설사가 고작 60억 원짜리 어음을 못막아 무너졌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이 고작 60억 원을 못 막아서였다는 건데 이건 조금 의아합니다.
<기자>
60억 원짜리 어음을 못 막았다는 건 상징적인 이유일 뿐,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60억 원 어음이 돌아온 순간에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신동아 건설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공사나 분양을 해 주고 못 받은 돈 때문입니다.
신동아건설의 매출채권은 2023년 말 기준 2천억 원대로 1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준비된 법정관리라는 것은, 지난달 있었던 신동아건설 인사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김용선 회장의 아들인 김세준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오너 2세' 경영을 시작한 것도 법정 관리를 미리 준비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로 직행한 이유는 뭡니다. 지난해 태영건설 같은 경우는 그 전 단계인 워크아웃을 선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자산 매각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워크아웃과 법정 관리 모두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져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 신청하는 것은 같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워크아웃은 부도 전에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것이고, 법정 관리는 부도 후 절차를 진행한다는 거죠.
또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협의가 아닌 판결로 조정을 한다는 점에서 강제력이 있고 신속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이 정한 제3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유동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법원의 조치도 이뤄졌는데요.
법원은 오늘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신동아건설에 보전 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보전 처분은 채무자 측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경영을 하거나 재산을 도피·은닉할 우려가 있는 만큼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지난해 태영건설 사태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연쇄 도산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영향이 크지 않다. 이렇게 밝혔네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신동아건설의 금융권 위험노출액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 회사채 등 시장에서 차입한 돈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태영건설과 하나하나 비교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금융권 위험노출액은 신동아건설이 2천억~3천억 원 정도인 반면 태영건설의 경우 익스포저가 5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신동아건설의 경우, 이마저도 건물과 토지 등 유형자산과 개발용지 등 재고자산이 담보로 제공돼 있습니다.
PF 사업장 규모도 봐도 차이가 큽니다. 신동아건설은 13곳, 태영건설은 60곳으로 압도적으로 태영건설이 많습니다.
또 신동아건설은 PF사업장 13곳 중 자체 시행이 단 1곳에 불과합니다. 태영건설은 자체 시행이 절반에 달했었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의 규모도 신동아건설은 700세대, 태영건설은 2만 세대로 차이를 보입니다. 신동아건설의 경우 대부분 보증사업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동아건설이 비상장사인 점도 태영건설과 다르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로 지목됩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 당국의 시각과 달리 건설업계나 시장 분위기는 무거워 보입니다. 부동산 사업에 돈을 대는 금융회사들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데, 어떻습니까?
<기자>
한 마디로 건설 부동산 시장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걱정이겠죠.
특히 지방에서 사업을 많이 하는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최근 2~3년새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한 두개 사업만 틀어져도,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 문제인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9월 기준 1만7천 세대로 2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80%가 지방에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할인 분양 등을 해서라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할인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성은 나빠지게 됩니다.
업계는 시행사보다 시공사, 즉 건설회사들이 미분양 리스크를 짊어질 것으로 보고 신동아건설과 비슷한 체급의 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건설회사들이 약정한 공사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것을 약속하는 '책임준공 확약'을 내건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건설사가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정지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