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기자들이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통계 너머 있는 현장을 취재합니다.
우동집, 첫 날인 오늘,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가 나왔습니다.
방 기자, 먼저 따끈따끈한 오늘 나온 부동산 통계부터 들여다보죠. 전국 집값은 또 다시 떨어졌는데, 그나마 서울은 두 주째 버티고는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1월 첫째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지며 8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40주 연속 상승하던 서울도 지난주에 이어 보합을 유지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하락 전환된 곳이 전주 대비 늘어난 11곳으로 나타났고요.
특히 강남구마저 보합으로 돌아섰고, 지난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송파마저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지던 강남3구까지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앵커>
강남지역도 위기감이 감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고 하던데, 어딜 다녀왔습니까?
<기자>
그래도 강북보다는 강남이고, 강남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곳들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방배동은 소위 말하는 딴 세상이었습니다.
방배5구역과 6구역, 방배삼호3차 등의 정비사업장이 몰린 방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5곳을 직접 돌아보고 왔는데요.
물건을 보러 온 손님들로 꽉꽉 차 있을 뿐더러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매수 문의 전화가 걸려올 정도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한권 / 포시즌공인중개사 대표: 강남권은 (하락장에도) 가격이 유지가 될 뿐더러 신축 아파트들은 폭등하는 분위기입니다. (새로 분양하는 단지들은) 평당 1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봐요. 1억 이상 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정리하면 호가가 오르는대로 거래가 이뤄져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호황장의 거래 패턴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앵커>
이제 서울 부동산 시장도 불황의 초입에 들어간 게 분명한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뭡니까? 현장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고, 또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있으니 가격이 오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만 설명하기엔 특이한 점이 상승세가 너무 혼자 가파르고, 이미 많이 올랐는데 또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를 두고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똘똘한 한채'의 개념이 사실상 강남 초고가 아파트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기존의 똘똘한 한채가 불황일수록 여러 지역 아파트를 들고 있기보다는 상급지 한채를 가져가는 게 낫다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까지 강남 아파트가 흡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이제 건물주보다 강남 아파트 사는 게 더 낫다. 이런 얘기가 들리는 데, 이게 실제로 맞는 얘기입니까?
<기자>
강남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웬만한 수익형 부동산과 가격이 비슷해졌고,
따라서 똑같은 가격으로 투자했을 때 세금 등을 감안하면 강남 아파트의 수익률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취재한 사례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0년 전에 서초구 아파트를 13억원 주고 구매한 사람, 그리고 14억원을 주고 마포구 꼬마빌딩을 구매한 사람이 있습니다.
둘 다 10년 뒤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팔았는데, 아파트는 34억원, 빌딩은 36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양도차익은 20억원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아파트의 경우 양도차익의 80%가 비과세되면서 정작 물어야 할 양도소득세는 약 9천만원이었고, 꼬마빌딩은 7억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결국 꼬마빌딩의 임대료 수익을 감안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크고,
코로나19 이후 월세로 노후를 책임져 줄 우량한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진 만큼 강남 아파트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분석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서울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 분위기는 전혀 다르죠?
<기자>
지난주에 이어 강북권 침체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강북구 미아동의 경우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곳들 중 하나인데요.
악성 미분양이 많다는 건 최근 부동산 시장을 지배한 얼죽신, 즉 얼어 죽어도 신축을 선호하는 수요마저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현장을 취재한 결과 매수 문의가 아예 없다며, 강남과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앵커>
이번엔 전세시장으로 가보죠.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무려 86주 만에 하락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통상 실수요로 여겨지는 전세 거래마저 위축되면서 당분간 불황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학군지나 주거 여건이 양호한 선호 단지에서 일부 상승 거래가 발생하긴 했지만, 입주 물량 영향이 큰 지역이나 구축 가격은 내리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을 끌어 내렸습니다.
그나마 상승 거래가 있는 지역도 매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소위 '갭투자'마저 실종된, 전형적인 '불황형' 전세 거래만이 이뤄지고 있다는 거죠.
이렇듯 전세도, 매매도 오르는 지역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주로 서울과 지방 사이에서 나타나던 양극화가 이제는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의 차이를 벌리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의 설명으로 듣겠습니다.
[함영진 /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에 따른 가격의 상승과 거래량의 편차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도 동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격적인 매입보다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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