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371억1,143만달러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초 정부가 해외건설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제시한 수주 목표 400억달러에 도달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발주처의 일감 자체가 줄었고, 예정된 프로젝트도 다수 지연된 영향이다.
다만 101개국에서 총 605건의 사업을 따내며 직전 해(333억1,399만달러) 대비 11.4%가 늘었다. 지난 2016년(282억1,923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수주액 절반 이상은 '텃밭' 중동에서 나왔다. 전체 수주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84억9,421만달러를 수주했는데,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패키지(PKG) 1·4(60억8천만달러)·PKG 2(12억2천만달러) 등이었다. 이어 아시아(71억1,117만달러)와 유럽(50억4,721만달러), 북미·태평양(46억9,450만달러) 순으로 많았다.
특히 유럽 지역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139.7% 증가했다. 현지 친환경·신사업 분야 투자가 늘어나고 국내 기업도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지난 1965년 최초로 해외 건설 현장에 수주 깃발을 꽂은 국내 기업들은 59년만에 누적 수주 1조원들 돌파했다. 지난해 수주액을 더한 해외건설 누적 수주는 1조9달러다. 첫 수주는 현대건설의 태국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주로 수주 낭보를 울렸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전체 수주의 17.7%가나왔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가 8.4%로 뒤를 이었고, 쿠웨이트(4.9%), 싱가포르·베트남(4.8%) 등의 순이었다.
최근 3년 기준으로 봐도 사우디아라비아(24.5%)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미국(16.9%)과 카타르(6.4%) 등에서도 수주 소식이 들렸다. 헝가리(3.6%)의 비중도 높아지는 등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수주 영토가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14.5%로 가장 많은 수주 비중을 차지했으며, 삼성물산(9.2%), 삼성E&A(9%),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 등이 뒤를 이었다.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한 프로젝트는 191억3천만달러 규모의 UAE 원자력 발전소다. 지난 2009년에 한국전력공사와 수자원공사,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따낸 사업이다. 한화 건설부문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80억3천만달러)와 삼성E&A가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73억달러) 등의 규모도 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도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와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 건설 2조달러 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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