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국내 증시는 부진했지만 증권사들은 4분기 호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기준 3곳 이상의 증권사가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 증권사 6곳 중 5곳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했다.
키움증권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2천258억원으로, 2023년 4분기 2천770억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23억원→2천120억원), 미래에셋증권(-904억원→2천230억원)도 적자에서 벗어나 2천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지주는 287억원에서 2천432억원으로 1년 새 분기 영업이익이 훌쩍 뛰었고, NH투자증권도 1천354억원에서 1천94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4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4분기 5천580억원에서 2024년 4분기 5천519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감소 폭은 1.1%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체를 봐도 호실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0% 늘어난 1조1천483억원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도 1조1천263억원, 삼성증권이 1조1천916억원, 한국금융지주가 1조2천717억원으로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2021년 5곳이었지만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 1곳이었고 2023년에는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여 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과 상반된 결과다.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 증시 흐름이 양호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13% 감소했다. 다만 1년 전체로 보면 2%가량 감소해 감소 폭이 크지는 않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 모멘텀이 유지됐고 해외주식 수수료가 빠르게 증가하며 국내 주식시장 부진의 영향을 상쇄했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상승했고 2023년에 반영됐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과 신용공여 관련 충당금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증권업 실적 모멘텀이 저하됐으나 한국은행의 연속된 금리 인하와 국내 증시의 최악 상황 통과 가능성이 향후 증권업에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금리인하 기조를 활용한 트레이딩과 IB(기업금융)에서 실적 개선 모멘텀을 찾은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부진할 것으로 증권사에서는 전망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잔여 부실 처리 등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업권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밸류업 정책 역시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이슈"라고 말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낮아지고 IB 사업 비중이 높아지자 자본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에 증권사들은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겨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획득에 성공했다. 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 등도 각각 2천억원, 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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