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마지막 무대에 팬심 '대방출'..."마음 무너져"

입력 2025-01-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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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가수 나훈아가 마지막 콘서트를 여는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앞에 모인 팬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 만난 나훈아와 동향인 부산 출신 백양산(68) 씨는 "(나훈아가) 은퇴한다는 말을 듣고 제 마음과 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무너지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나훈아는 사람 자체가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 생각하는 것이나 노래가 모두 다르다"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69년 처음 이 노래를 듣고 '훈아님'을 평생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장 인근에는 여성팬 뿐 아니라 백씨 같은 중·장년층 남성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부산에서 상경한 이문희(62) 씨는 "나훈아는 가사 등 모든 것이 철학적이다. 위대한 가수"라며 "20대 초반에 부산의 어느 무대에서 나훈아의 공연을 처음 보고 푹 빠져서 그때부터 그의 공연에 다니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어릴 때부터 나훈아를 통째로 끌어안았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이씨는 "나훈아가 '마지막 콘서트'를 발표했을 때 거짓말이라 믿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연이 열린 KSPO돔 전면에는 공연명 '고마웠습니다!'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공연장 인근에도 팬들이 직접 마련한 플래카드가 여럿 내걸렸다.

'나사모'(나훈아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은 '기장 갈매기는 계속 날아야 한다! 은퇴는 국민투표로', '훈아님 없는 세상, 내일은 해가 뜰까 지구는 돌아갈까', '영원한 전설 가황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등 애정이 듬뿍 담긴 재치 있는 문구로 나훈아를 배웅했다.

팬들은 '최고 가황 나훈아' 같은 문구를 붙인 모자를 쓰거나, 플래카드 속 나훈아의 사진에 볼을 비비는 등 유독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또 다른 '나사모' 회원 김진희(62) 씨는 17세 소녀 시절부터 나훈아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훈아는 58년 동안 우리에게 행복을 많이 안겨준 분이다.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 인생의 최고의 벗이었다"고 추켜세웠다.

나훈아는 이날 서울 KSPO돔에서 여는 두 차례의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58년 간의 가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직 활동할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있을 때 그만둔다는 것은 물러날 때를 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행보"라며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을 직접 실천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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