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중국 배우 왕싱(활동명 싱싱·31)이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어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던진 후 태국 여행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
태국 관광객 중 중국인이 비중이 커 중국의 최대 관광 성수기인 춘제(설) 연휴를 앞둔 태국 정부는 속을 썩이고 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서 '태국 여행을 취소하는 법'을 검색한 결과 게시물이 38만 건 이상 검색됐다고 12일(현지시간)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저장성에 사는 한 중국인 여성은 이달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춘절 연휴에 친구 3명과 함께 태국 여행을 계획했지만 이번 납치 사건 이후 일행 모두의 찬성 하에 여행을 취소했다.
그는 "안전 우려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면서 "태국 여행이 조금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각종 소셜미디어에 "(태국 유명 관광지인) 치앙마이는 안전한가", "태국 여행을 취소하고 싶을 때 여행사에 환불해 달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이 빗발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의 상하이 매장 관리자는 왕싱 납치 사건 영향에 태국행 예약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매장에서) 이달 말까지 출발 예정인 태국행 단체 관광은 단 1건, 참가자는 12명뿐"이라면서 "이번 사건이 단기적으로 여행에 대한 신뢰도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국 여행업계도 춘제 연휴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10∼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왕싱은 지난 4일 태국·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실종된 후 사흘 뒤 미얀마에서 발견됐다. 그는 태국을 거쳐 전날 중국으로 돌아왔다.
왕싱은 영화 '엽문 3', 드라마 '매괴적고사'(장미의 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그는 드라마 캐스팅 제의를 받아 태국에 도착했다가 태국과 접경 지역인 미얀마 미야와디로 끌려갔다.
삭발이 되어 초췌한 모습으로 발견된 왕싱은 태국 경찰에 자신이 중국 범죄 조직에 납치됐고 중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 수법을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까지 직접 나서 관광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빠른 수사를 주문했다.
왕싱이 구출된 뒤 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국 관리가 왕싱에게 또 태국으로 여행 올 의사가 있음을 밝히라고 요청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겼다.
이에 왕싱은 영어와 중국어로 "태국은 안전하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에서 모델 양쩌치(25)의 가족도 양쩌치가 지난달 20일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얀마 실종 중국인 174명의 가족들도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나섰다.
왕싱이 끌려간 미야와디는 중국계 등 범죄 조직들의 근거지로 악명 높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광고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거나 납치해 콜센터 같은 대규모 사기 작업장에 감금, 범죄에 가담시키는 수법이다.
중국 당국은 2023년 미야와디에서만 최대 10만 명이 전화나 인터넷 등을 이용한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이 전했다.
한국 외교부도 미야와디에서 취업 사기 등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늘어 지난해 말 이 지역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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