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무엇보다 그간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글과 IBM 같은 양자컴퓨팅 관련 빅테크를 제외하고 미국에 3대 양자컴퓨팅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인 투자가 가장 많은 아이온큐를 비롯해서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퀀텀이 대표적입니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아이온큐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영하 273도 극저온에서만 가동되는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의 단점을 '이온트랩' 방식으로 극복했고, 리게티는 구글, IBM 처럼 초저온 방식을, 디웨이브는 2011년 세계 최초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한 회사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최근 주가를 살펴보면, 오늘 미국 증시에서도 급격히 하락했는데요. 젠슨 황 발언이 나온 지난 8일 이후 각각 45.95%, 88.72%, 75.16% 하락했습니다. 그런데요.
최근 주가 급락을 반영해도 이들의 지난 6개월 주가 상승률을 보면 아이온큐가 211%, 리게티 컴퓨팅은 408%, 디웨이브는 187% 올랐습니다. 젠슨 황 발 최근의 급락세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오름폭이 더 컸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앵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처럼 양자컴퓨팅도 본격 개화 시기를 두고 대한 논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기자가 직접 양자컴퓨터를 보고 왔다고요.
<기자> 네. 양자컴퓨팅 본격화 상용화 시기에 대한 힌트를 인천 송도에서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IBM의 양자컴퓨터를 도입했습니다. 벌써부터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테크리포트, 보고 오시죠.
< 테크리포트 >
어두운 공간 속, 마치 예술작품처럼 거대한 원통 형태의 차폐막이 눈에 띕니다.
절대영도 영하 273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장치 속 이 제품, 바로 초전도 기술을 활용한 양자컴퓨터입니다.
연세대학교가 도입한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시스템원입니다. 127큐비트를 탑재해 현존하는 우주의 별의 수 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를 0 또는 1, 비트(bit) 단위로 처리하는 고전 컴퓨터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기본 단위를 씁니다.
큐비트는 중첩과 얽힘 현상으로 0과 1이 공존합니다. 즉 127큐비트 성능은 2의 127제곱(39자리 자연수) 까지 연산이 가능해 이론상 수퍼컴퓨터 보다 수십 조 배 성능이 뛰어납니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 도입된 IBM 양자컴퓨터는 최근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신약개발후보물질 발굴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활용 의향서를 내는 등 항공, 금융 등 산업을 망라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지만 양자컴퓨팅 기술은 이미 사업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연세대에서 양자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정재호 교수는 최근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를 회의적으로 언급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 오히려 반갑다고 말합니다.
젠슨 황의 발언으로 그 어느때보다 산업의 이목이 양자컴퓨터에 집중돼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재호 /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의과대 의과학 교수): AI는 대부분 우리 애플리케이션에 잘 모르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계산력, 양자 알고리즘이 AI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풀며 접목되는 시점이 올 텐데, 그것도 양자컴퓨팅의 상용화입니다.]
낙관적인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2030년 경으로 5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윌로우칩을 선보이며 양자컴퓨터의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IBM은 1천 큐비트 양자컴퓨터까지 내놓는 등 기술은 진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력효율성이 높은 양자컴퓨터의 필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란 견해입니다.
<앵커> 네. 사실 인공지능(AI)이 어느 순간 우리의 삶에 들어왔듯이 양자컴퓨터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리포트 말미에 나오는 것을 더 부연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전력효율성 개선입니다. 엔비디아 GPU 연간 전력소모량을 다 합치면 웬만한 국가의 한 해 전력소모량을 넘어선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앞으로 AI 대중화로 데이터센터가 더 늘어나게 됐을 때 부담이 계속 가중되는 구조인데요.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이 연산이 빠르다는 거잖아요. 수퍼컴퓨터가 10자년(10의 25제곱) 걸릴 문제를 구글 윌로우가 5분 만에 풀었다는 건 좋은 예시입니다. 에너지 효율성 문제로 AI가 더 발전할 수록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수요도 같이 따라올 거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문제는 시장 분위기인데, 지금처럼 계속 차가우면 관심이 떨어져 기술 진보도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있습니다.
<기자> 네. 전문가들은 주가만 놓고 보면, 개별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변동성은 비트코인에 버금간다고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간 높은 수익률을 보인 만큼,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고요. 양자컴퓨팅 기업에 엔비디아나 IBM 등 빅테크를 같이 담고 있는 ETF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 진보는 계속 활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미국이 반도체와 더불어 양자컴퓨팅에서도 대중국 제재를 시작했습니다. 패권경쟁에 올랐다는 건 해당 기술이 앞으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얘기입니다.
[김종협 / 키움투자자산운용 멀티에셋본부장: 양자컴퓨팅이 지금까지 누적으로 투자된 금액이 전세계적으로 한 60조 원 넘게 투자가 됐어요. 양자 컴퓨팅은 결국 보안과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미국 또 중국이 이 분야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할 겁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양자컴퓨팅에 3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는 국가 양자이니셔티브(NQI)를 올해 재승인하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도 미국의 기술력을 추격하기 위해 2021년부터 약 150억 달러를 양자컴퓨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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