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광 갇힌 불법채굴꾼, 100여명 '떼죽음'

입력 2025-01-14 09:35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폐금광에서 불법 채굴꾼들 수백명이 빠져나오지 못해 최소 100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남아공 사우스웨스트 지역의 스틸폰테인 폐금광에 수백 명이 수개월째 갇힌 가운데 이날까지 최소 100명이 기아와 탈수로 목숨을 잃었다고 13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여전히 금광 안에는 500명 이상이 갇혀 있다고 현지 광부 지원 단체인 MACUA가 밝혔다.

금광에서 구조된 일부 채굴꾼의 휴대전화에서 비닐에 쌓인 시신들을 찍은 영상이 지난 10일 나와 참상이 알려졌다.

컴컴한 갱도 위에 시체 수십구가 놓였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제발 도와달라. 식량을 넣어주고 우리를 꺼내달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불법 채굴꾼들이 지하 2.5㎞ 깊이 폐쇄된 금광에 무단으로 들어가자 당국은 지난해 11월 물과 식량 반입을 중단하고 단속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금이 풍부한 남아공에서는 폐쇄된 광산에 주민들이 들어가 남은 광물을 캐는 불법 채굴에 수십 년째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당국은 스틸폰테인 폐금광에 장비를 배치하고 이번 주 구조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민간 구조 업체 등의 도움으로 26명이 구조되고 시신 18구가 수습됐다.

사망자들이 당국의 통제에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것인지, 체포가 두려워 나오지 않다가 숨진 것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MACUA는 당국이 금광 밖으로 연결된 밧줄은 없애 채굴꾼들이 안에 갇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MACUA는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당국의 통제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채굴꾼의 가족들도 금광으로 몰려가 단속령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남아공 당국이 비정한 조치를 내린 것은 불법 채굴로 연간 약 10억달러(1조4천억원 상당)의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폐광에서 활동하는 불법 채굴꾼들은 '자마 자마'(줄루어로 '기회를 잡다'라는 뜻)라고 불리며 대부분 레소토나 모잠비크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다.

이들이 불법으로 금을 캐 암시장에 판매하자 지하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음식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소규모 경제까지 형성됐을 정도다.

문제의 금광은 남아공에서 가장 깊은 곳 중 하나인 데다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어서 채굴꾼들이 사나흘에 걸쳐 기어 나와야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지하에 남은 채굴꾼이 몇 명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수백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14일 현장에 대표단을 파견해 불법 채굴꾼이 지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조치를 계속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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