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여성이 미국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12억원을 날렸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자는 프랑스 해외령 레위니옹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가명·53)으로 2023년 2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겨울 휴가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브래드 피트 어머니 이름인 '제인 에타 피트'의 가짜 계정에서 연락이 왔고, 이튿날 자신이 브래드 피트라고 소개하는 프로필을 쓰는 계정이 "어머니가 당신에 대해 얘기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브래드 피트'는 이후 사랑의 시를 적어 보내고 "당신을 원해. 나의 사랑"과 같은 달콤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남편과는 달리 안의 작품에도 관심을 보였다. 안은 상대가 가짜 사진과 가짜 여권 사본을 보여주자 정말 브래드 피트라고 믿어버렸다.
안은 세계적 인기 배우와 일구게 삶을 꿈꾸며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 안은 TF1 방송에 "그는 여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런 글(사랑의 메시지)을 쓰는 남자는 정말 드물다"며 "그 남자를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안이 부자 남편과 이혼하며 위자료로 77만5천 유로(약 11억6천만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자, 가짜 브래드 피트는 여러 핑계를 대며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안에게 돈을 요구했다.
안은 수개월에 걸쳐 83만 유로(약 12억원)를 송금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튀르키예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는 것이 수상했지만 "당신 없이는 살 이유가 없다"는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안은 지난해 여름, '진짜' 브래드 피트가 현재 여자친구인 이네스 드 라몬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충격을 받은 안은 세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중증 우울증 전문 클리닉에 입원까지 했다.
안은 현재 이 사기꾼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했고 법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운동도 시작했다.
알고 보니 가짜 브래드 피트에 속아 거액을 털린 이는 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수사 당국은 브래드 피트를 사칭하며 두 여성으로부터 32만5천유로(약 4억8천만원)를 가로챈 일당 5명을 체포했다.
이들 일당은 소셜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심리적 프로필까지 작성하면서 애정 결핍이 있고 우울한 상태의 여성을 찾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브래드 피트의 온라인 팬 페이지를 통해 만난 여성에게 접근해 로맨틱한 관계를 쌓은 후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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