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뒤집기 나오나…삼성 vs 현대 '한남 혈투' 승자는? [우동집]

방서후 기자

입력 2025-01-16 17:33   수정 2025-01-16 18:12

    <앵커>
    매주 목요일 만나는 우리 동네 집값 이야기, 우동집 시간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인 침체기에 들어갔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열기가 뜨거운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최대 재개발 지역 중 하나인 한남4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건설업계 양대산맥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사업 수주를 위해 혈전을 펼치고 있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왔습니다. 방 기자, 이제 이틀 뒤면 승자가 결정되는데, 아직도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 말씀 드리면요.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6만㎡ 부지를 최고 22층 약 2,300가구 규모로 다시 짓는 프로젝트입니다. 한남4구역은 남산을 경관으로 두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은 고분양가 입지인데요.

    예상 공사비만 1조6천억원에 달하면서 건설업계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동시에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관심을 보였던 7개사 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이 보증금 500억원을 내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빅매치가 성사됐습니다.

    <앵커>
    이번 승부는 볼거리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두 회사 차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기자>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의 싸움,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18년만의 리턴매치,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 CEO 맞대결, 11년째 시평 1위 대 6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왕. 양사에 붙는 수식어만 봐도 웬만한 타이틀 매치급이죠.

    여기에 한남을 붙였지만 래미안 외길을 고수하는 삼성물산,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들고 나왔지만 한남 대신 한강을 붙인 현대건설의 단지 명도 눈여겨 볼만 한 포인트입니다.

    양사가 용산구청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련한 홍보관도 규모와 모객 측면에서 다른 정비사업장과는 달랐습니다.

    현대건설은 옛 크라운호텔 부지에 거의 예술작품처럼 홍보관을 지었고, 삼성물산은 근처 명보빌딩 2개층을 빌려 160평 남짓한 공간을 홍보에 사용했는데요.

    홍보관이 문을 닫는 지난 화요일에 제가 직접 가 봤더니,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해 양사 관계자들이 총 출동해서 막바지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상 홍보관 최대 수용 인원의 40%만 방문해도 흥행한 현장이라고 평가하는데, 두 곳 모두 홍보관 문을 연 날부터 폐관일까지 설명을 들으러 온 조합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결국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어떻게 짓느냐 아니겠습니까? 어디서 승부가 나겠습니까?

    <기자>
    관건은 설계와 돈입니다. 설계의 경우 다른 단지와 어떻게 차별화시키는지, 한강은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 그렇게 차별화시킨 단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줄지, 바꿔 말해 조합원은 돈을 얼마나 덜 내도 되는지. 두 회사 모두 한남4구역을 한강변 일대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역대급 사업 조건을 내건 만큼 아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두 회사가 내놓은 설계안 살펴볼까요? 먼저 삼성물산부터 보죠?

    <기자>
    지금 보시는 것이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최초로 도입한 원형 주동, O타워 입니다.

    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입니다. 삼성물산이 국내 최초로 특허 출원한 설계라고 하고요. 그리고 X자형 단지, L자형 단지 등 혁신적인 설계를 도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다는 목표입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렇게 단지를 설계했을 때 조합원 100%, 전체 세대수의 70%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파격적인 금융 혜택도 제시했는데요. 조합원 분양계약을 마치고 한달 안에 환급금 100%를 지급하는 대신 추가분담금은 입주 후 4년까지 유예해주고, 이주비도 12억원을 보장해준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에 맞서는 현대건설 설계안도 한 번 보죠?

    <기자>
    삼성물산이 단지를 원형으로 설계했다면 현대건설은 한강의 물결을 따왔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 자하 하디드의 철학이 담긴 더블 스카이 브릿지가 그 주인공이고요. 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한강변 최대 길이인 300m의 스카이브릿지에 인피니티 풀 등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 차별화된 조망권을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렇듯 현대건설은 설계에 힘을 주면서도 공사비는 파격적으로 낮췄습니다. 조합이 제안한 공사비보다 868억원 낮은 평당 881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고요. 공사 기간도 49개월로 삼성물산보다 8개월 단축했습니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으로 듣겠습니다.

    [홍승호 /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영업1팀장: 한강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곡선형의 외관을 적용했고, 경쟁사 대비 (조합 가구당) 1억9천만 원의 분담금을 절감하는 조건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다녀온 기자 생각에는 어디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한강 조망의 경우 조망 가능 세대수는 삼성물산이 많고 현대건설은 고루 분포돼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우위입니다. 조합 제안은 물론 삼성물산보다도 840억원 저렴하고요. 공기도 짧습니다.

    반면 금융 조건은 삼성물산이 앞섭니다. 특히 별도의 이주비 제안을 하지 않은 현대건설과 달리 이주비 보장액을 명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대건설은 공기를 준수한다는 책임 준공 확약서를 썼고, 삼성물산은 별도의 확약서를 쓰지 않은 대신 공사 중단 사례가 없습니다.

    둘 다 내세우는 바가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결국 조합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보는 눈들은 다 비슷할 텐데, 실제로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막판 뒤집기 가능성이 있다 이런 얘기도 들리던데요?

    <기자>
    아무래도 대형사 중 한남뉴타운에서 유일하게 사업장이 없었던 삼성물산이 약 2년 전부터 터를 닦아놓은 사업장이기 때문에 삼성의 압도적인 우위가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통상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1회만 진행하는 합동설명회를 세 차례나 열고, 현대건설 대표까지 등판해 막판 공세를 가하자 초반 기울었던 분위기가 점차 수평이 맞춰졌다고 합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으로 들어보겠습니다.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삼성 현대 둘 다)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데,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진짜 비슷비슷한데 (조합원들이) 우리한테 말씀하시는 거는. 박빙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앵커>
    판세가 박빙이다보니 두 회사의 신경전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거의 정치권 선거 운동을 연상케 할만큼 조합원에겐 무릎을 아끼지 않고, 서로에겐 험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조합원을 향한 큰절은 기본이었고요. 경영진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이크를 잡으면 자사의 제안을 홍보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헐뜯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삼성물산 관계자: 경쟁사가 제안한 스카이브릿지, 물론 처음 봤을 때 굉장히 화려하고 멋지죠. 하지만 누가 봐도 과도하고 무리해 보이는 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 한강변에 있는 저 원형 아파트, 이쪽으로는 해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향이거나 한강이 보이지 않는 아파트. 조합원님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앵커>
    벼랑 끝,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 지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기자>
    양사 모두 한강변에 각각 '디에이치타운(현대건설)'과 '래미안타운(삼성물산)'을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이 짓고, 더 많이 내어줘서라도 한남4구역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압구정이나 여의도, 성수 등 앞으로 시공권을 따내야 할 대규모 정비사업지가 많은데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한남4구역에서 진다면 아무래도 수주 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물론 이긴다고 해서 마냥 웃을 순 없습니다. 착공을 해야 매출이 들어오는데 시공사 선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 등의 절차를 거치고 나면 빨라도 5년 뒤에나 실적에 반영될 전망입니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올해 분양을 작년보다 대폭 줄였습니다. 올해 실적도 장담할 수 없겠죠.

    결국 지면 치명타를 입고 이겨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앵커>
    이 치열한 승부의 결과는 오는 18일 토요일에 나옵니다.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동집 방서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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