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물건 수가 12만건에 육박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의 불안한 정국도 경매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를 신청한 신규 경매 물건수는 총 11만9천312건으로 전년(10만1천145건) 대비 18%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인 2013년(11만9천166건)을 넘은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낮은 2009년(12만4천252건)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경매 신청 물건 수는 채권자들이 신규 경매 신청을 한 물건의 수라 최근 경기 상황을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2021년 3분기 들어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여파에 대출금을 못 갚는 채무자가 늘기 시작해 2022년 7만7천459건이던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2023년(10만1천145건)에 10만건을 넘었고, 지난해 12만건에 육박하는 신규 물건이 쌓였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후폭풍이 시차를 두고 경매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지난해 경매 물건이 글로벌 경제위기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의 불안한 정국이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강은현 소장은 "일단 작년 3분기 이후 경매 물건 감소세가 관측되고 있지만 작년 12월 비상계엄·탄핵정국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침체 심화 등의 변화된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반 부동산 매매 시장도 침체한 만큼 장래에 경매 물건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계엄 여파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은 올해 다소 회복된 모습이다. 법원경매 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93.3%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97.0%까지 올랐다가 11월 94.9%, 12월에는 탄핵 정국 여파로 91.8%로 떨어지며 두 달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했다.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39.8%로 감소했지만 올해 1월에는 47.2%로 회복됐다.
이달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고가 응찰과 신건 입찰도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6㎡는 지난 14일 감정가 27억1천900만원에 첫 입찰에 부쳐졌는데 5명이 응찰해 29억8천599만9천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109.8%에 달하는 고가 낙찰이고, 2위 응찰자가 써낸 금액보다 약 2억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성동구 성수동1가 강변건영 85㎡는 이달 6일 2회차 경매에서 32명이 경쟁해 감정가(17억3천만원)의 105.2%인 18억2천만원 선에 낙찰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3일까지 낙찰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감정가의 100% 이상으로 고가 낙찰된 아파트의 비중은 21.36%로 작년 12월(14.41%)보다 크게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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