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일시 중단 조치'를 했지만 법원 개입으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한국 업체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보조금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측은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honor)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법을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대행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각 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청정 차량을 위한 세액 공제', '첨단 제조·생산 세액 공제' 등이 포함된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워싱턴DC 연방법원은 28일 보류 명령을 내려 제동을 걸었고, 이날 백악관은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 문서를 철회했다.
그러나 연방 자금 집행 중단 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커 이 조치의 현실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조금이나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바이든 행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IRA 등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받게 돼 있는 세액 공제 혜택과 대출금, 미국 설비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돼 있는 보조금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수천억 원∼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날아가면 공장 착공 및 생산 지연 등 기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상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작년 12월 20일 미국 상무부와 47억4천500만 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9일 미 상무부로부터 최대 4억5천800만 달러(약 6천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업계에선 이미 기업들이 전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거나 트럼프 정부에서도 문제없이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TSMC는 이미 지난해에 보조금 일부를 먼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설사 보조금이 일시 집행 중단되더라도 해당 투자 지역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들의 압박으로 인해 복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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