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보험사기'는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 자살·자해, 상해 등 그 규모가 크고 고도화된 사기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는 보험설계사, 의료종사자 등 보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브로커가 개입된 사고 내용의 조작이나 허위사고, 과잉진료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당국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제정했고, 이후 법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법개정 작업을 추진해 지난해 8월 14일, 8년여 만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특별법 개정 전에는 보험사기를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회사 등을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라 정의했는데, 보험금을 청구해야만 보험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이에 당국은 개정을 통해 보험금 청구행위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사전에 보험사기를 유인, 알선, 권유 및 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 1,1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6억 원 증가했고, 적발인원은 10만 9,522명으로 전년 대비 6,843명 늘어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6,616억 원으로 전체 보험사고 적발금액의 59.3%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허위사고 2,124억 원(19.0%), 고의사고 1,600억 원(14.3%)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적발 비중이 22.8%로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60대 이상의 고령층 보험사기 비중 증가폭이 3년새 2.8%로 가장 컸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적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의 사행적 특성 때문"이라며 "보험사기를 시도한 뒤 보험금을 쉽게 받아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맛본 사람들은 그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들도 다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처음 보험사기행위 후 보험금을 받게 되면 이 수법이 통한다고 생각해 반복적으로 악용하게 되는데, 보험사기자들의 죄의식 부재와 함께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보험사기의 증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법원판결에서 보험사기죄는 일반사기죄에 비해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중이 높고, 징역형이 선고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
2022년 보험사기 2,017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22.5%(453건)으로 일반사기(4만 1,773건) 징역형 60.8%(2만 5,393건)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험사기로 발생한 보험금 누수는 민영보험료 증가와 건강보험 지출 증가로 인한 공보험료 인상을 초래해 결국 다수의 선량한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8월 14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우선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보험업계 간 자료 공유를 강화했다.
개정된 특별법으로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행위의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관련 행정기관과 보험사, 그 밖에 대통령으로 정하는 기관 및 단체에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유관기관에 보험사기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 내역이나 산재 보험금의 부당이득 징수에 관한 자료 등을 요청할 수 있게 됐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는 보험사기를 알선·권유하는 광고물에 대한 불법 게시물 접속정보 등의 관련 자료요청도 가능하게 돼 공·민영 보험사기에 효율적인 대응 기초를 마련했다.
또한 보험사기행위의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가 금지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에 가담할 경우 보험사기죄와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소위 '고수익 알바', '뒤쿵 아르바이트' 등의 보험사기 조장 광고를 게시해 공모자를 모집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병·의원 및 브로커 등의 광고 행위 발견 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광고물 삭제 요청이 가능하며, 일반 국민들이 보험사기 유인·알선행위 발견 시에는 금감원 및 보험사에 신고함으로써 보험사 등은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 측은 "보험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국회와 정부, 금융당국, 유관기관 및 보험업계가 힘을 합쳐 보험사기 예방과 적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보험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기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숙지하고 비상식적인 광고·모집·제안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사기 제보는 금감원(국번없이 1332) 및 보험사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 시 신고자의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되며, 신고된 사항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보험사기로 확인되는 경우 '보험범죄신고 포상금제도 운영기준'에 따라 범죄 수위에 맞춰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이 차등으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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