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지원 중단 소식에 러시아군과 전투지역 인근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비탄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선에서 불과 30여 ㎞ 거리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주민 릴리아(50)는 미국이 군사원조 제공을 중지했다는 소식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버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인 행동으로 희망이 사라졌다"고 토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항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30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해온 릴리아는 전장에서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옛 제자들이 벌써 넷이나 된다면서 "아직 살아있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마토르스크 인근에선 점령지를 넓히려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도시로 향하는 길에서 부상자를 싣고 후방으로 달리는 응급차들과 끊임없이 마주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보장 없는 즉각 휴전'이란 자신의 종전 구상을 받아들일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무기와 탄약을 실어 나르던 열차들도 멈춰 섰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안전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거칠게 면박을 주며 쫓아내고서는 사흘 만에 취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조만간 심각하게 손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마토르스크 주민 나탈리야(52)는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난 그 사람의 이름도 부르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재정적 지원 규모가 5천억 달러(약 730조원)에 이른다면서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 내 광물자원 지분의 50%를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러시아의 기습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 수도 키이우 방어전에 투입됐던 병사 알렉스(32)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을 거부한 사실을 지적하며 "자원을 주고도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크라마토르스크 주변에서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병사 미샤(40)도 "러시아와 미국은 우리의 자원만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종전) 합의를 받아들이겠지만, 러시아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지원이 끊겨 어려운 처지에 놓이더라도 끝까지 항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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