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해오자 여권 잠룡들도 행보를 재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 후 이들에게 잠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이번 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지면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해 바빠진 것으로 읽힌다.
한동훈 전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모습을 드러내 지난 10일 부산 북 콘서트 이후 엿새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17일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18일 대구 경북대에서 강연을 할 계획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며 대구·경북(TK) 일대를 찾았다. 17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탄핵 심판에 승복할 뜻도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승복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헌재 판결 전 여야가 함께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TK 지역을 방문해 영남대에서 정치 관련 특강을 할 예정이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언급하며 "(보수층) 빈집 털이를 막고 중원에서 이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석방 후 여권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권 주자들의 대권 행보에서 '속도 조절'도 감지된다.
한 전 대표에 이어 저서 출간을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출간 시기를 다음 주 이후로 잡았다.
오 시장은 오는 24일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펴낼 예정이다. 홍 시장은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의 출간 시기를 당초 오는 21일에서 탄핵 심판 선고 이후로 연기했다.
오 시장이 이번 주 별도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것도 이 기간 헌재 선고가 유력시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오는 19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 외에 조기 대선 관련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 주에는 공식 업무만 소화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도 전국 순회 북 콘서트와 대학 강연 등을 계획했다가 종교계 방문 일정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운신의 공간을 확보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37%가 차기 주자에 대한 의견을 유보했다. 탄핵 인용시 당심(黨心)이 어디로 흐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탄핵 기각·각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자들의 속내가 복잡할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고 이후를 대비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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