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기록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환율이 4개월째 고공행진을 지속해 사실상 1,4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두 달 반 동안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평균 1,450.7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환율은 1,451~1,458원에서 등락했다. 이달 말까지 11영업일간 100~200원 폭락하지 않으면 1분기 환율은 1998년 1분기(1,596.9원)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분기 평균환율은 외환위기인 1997년 4분기 1,151.2원에서 1998년 1분기 1,596.9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같은 해 2~3분기에는 1,300원대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1,200원대로 더 낮아졌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1분기 1,418.3원으로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섰지만 이후 1,100~1,200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강달러에 2022년 3분기부터 1,300원대로 올라섰다. 작년 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비상계엄 사태 등 여파로 1,400원대 중반으로 급상승했다.
월별로도 지난해 12월(1,436.8원), 1월(1,455.5원), 2월(1,445.6원)에 이어 3월에도 지난 14일까지 평균 1,452.6원을 나타내 4개월 연속 1,400원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환율이 넉 달째 1,400원대를 유지한 것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큰 충격도 없는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가 여럿 겹쳐 환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해외투자도 달러 유출을 일으켜 수급 불균형을 빚었다. 지난 1~2월에만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로 103억 달러가 유출됐다.
최근 강달러 흐름이 다소 진정되고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지만 유독 원화 약세만은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월 초 110선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 103대로 밀렸다.
지난 1월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147엔선으로 떨어졌고, 달러/유로 환율도 유로당 1.02달러까지 밀렸다가 3월 들어서는 유로당 1.08~1.09달러까지 반등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금리를 결정짓는 성장세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