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로 좀체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에도 코스피를 10조원 가까이 순매도해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다만 최근 실적, 관세, 정치적 불확실성 등 투자심리를 억누르던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어 외국인들 복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9조7천938억원을 순매도했다.
남은 3거래일간 거래에서 매수세가 급증하지 않는 한 외국인은 9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월간 순매도 규모는 역대 2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외국인의 코스피 월간 순매도액 역대 1위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 3월의 12조5천550억원이다.
현재 순매도 기간으로도 역대 2위다. 외국인의 최장 순매도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의 11개월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에서 빠져나가기 직전인 지난해 7월 말 35.65%에서 지난 24일 기준 31.52%로 낮아져 2023년 8월 30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38조9천354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24조4천349억원이 삼성전자에 몰렸다. 순매도 2위인 현대차(2조888억원)의 12배에 가까운 규모다.
56.48%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은 현재 50.00%다. 지난 2월엔 5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와중에도 코스피는 비교적 선방하는 중이지만 본격 반등을 위해 외국인들의 귀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세 관련 협상 진전 소식, 1분기 실적 시즌 호조, 환율 하락 및 외국인 수급의 저점 가능성 등이 긍정적"이라며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9거래일 중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10일(3천286억원 순매수)과 25일(6천146억원)을 제외한 17거래일 동안 순매도했다.
일일 순매도 규모는 지난 7일 2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이달 초중순에는 1조원대를 오갔지만 월말로 가며 1∼2천억원대로 줄었다.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자산에 대한 기피로 보이지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원화 채권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어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자금 흐름을 안전자산 선호로 해석하며 "금리와 달러가 엇갈리는 이례적 현상에 미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한국의 원화 채권 수요가 강해졌다"고 짚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면 한국 증시로의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로도 이어진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수급 회복을 전제로 한 투자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가 외인 수급 유인을 야기하고 있으며 외인 수급 개선 국면에서는 가치주가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재개는 여부가 아닌 시간 문제"라며 "현시점에서 외국인이 수급의 키를 쥐고 있다. 이들이 한동안 매도세로 일관했던 상사, 자본재, 조선 등에 순매수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외국인은 이번 실적발표 기간에서 이익 가시성이 높은 수주 중심의 산업군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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