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와 무신사가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며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만큼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그만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다이소의 경우 골목상권의 영세 소상공인과 취급 품목이 상당수 겹친다.
다이소는 연평균 60개씩 매장을 늘리며 2023년 기준 1천519개까지 확장했다.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이라 청소·세탁·주방·욕실·미용·화장·인테리어·문구·완구 등 3만개 정도 상품 수를 유지하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월평균 600개 이상의 신상품이 매장에 들어오고 판매가 저조한 상품은 제외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의류와 화장품, 건강식품을 집중 육성해 화장품과 의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144%와 34%에 달할 정도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29CM(이십구센티미터)는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종합 온라인 쇼핑몰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2011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 출발해 무신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패션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금은 의류부터 가구, 전기·전자제품, 화장품, 식품, 티켓까지 취급한다.
지난해 기준 29CM의 비패션 매출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문구류에 힘을 쏟아 이달 초 코엑스에서 국내외 69개 문구 브랜드가 참여한 첫 오프라인 '문구 페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확장도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무신사의 자체 패션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늘려 이달 현재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3년 이후에는 부산, 대구까지 영역을 넓혔다.
29CM도 더현대 서울·대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이구홈 성수, 이구성수 등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와 다이소는 사업 확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나란히 연간 최대 실적을 거뒀다.
무신사는 연결기준 매출이 1조2천억원으로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거래액은 4조5천억원에 달한다. 다이소도 지난해 3조9천689억원의 매출을 올려 연 매출 4조원 기록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무신사와 다이소의 폭풍 성장하는 사이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섰다. 특히 지방 상권의 위기감이 크다.
대구의 유명 상권인 동성로에는 지난 2023년 한 달 간격으로 무신사 스탠드다와 무신사 스토어 대구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두 매장 사이의 거리가 200m가 채 안 된다.
이후 주변 패션 상점들은 손님이 눈에 띄게 뜸해졌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지난해 50∼60평대의 나름 꽤 규모가 있는 의류상점 대여섯곳이 문을 닫았다"며 "중국계 플랫폼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신사가 자리 잡은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는 상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동성로의 의류 상점들은 이른바 '보세' 상품을 대부분 취급한다. 하지만 무신사가 대형 매장에서 품질과 스타일이 비슷한 의류를 판매하자 기존 고객들마저 무신사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다이소와 무신사가 핵심 사업 영역으로 삼는 문구업 소상공인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다이소의 영업점 확장으로 문구 상점 10개 중 9개가 매출이 감소했다는 업계 통계도 있다.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용품의 경우 다이소도 매장 내에 '펫존'을 마련해 신규 수익 창출에 나섰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은 "다이소가 기존 상점에서 팔리는 상품을 가격은 더 저렴하게 납품하라고 제조사에 요구한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다이소 매장 인근에 있는 펫숍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펫산업연합회는 최근 산하 반려동물용품 상점의 매출·폐점 실태를 확인하고자 긴급 점검에 들어가는 등 다이소가 업황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려 하고 있다.
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무신사와 다이소 같은 전문점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매출은 물론 직영점 형태의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유통산업발전법에 규모가 큰 전문점을 포함해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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