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으로 몬 여성 상대 손해배상 청구 '물거품'

입력 2017-01-09 07:00  

뺑소니범으로 몬 여성 상대 손해배상 청구 '물거품'

"무죄 판결만으로 증언 잘못한 피해자 책임 물을 수 없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013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1일 오후 6시 50분. 경기도 시흥의 한 편도 3차로는 귀경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섰던 A(58·여) 씨의 레간자 승용차도 서서히 정체가 풀리자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승용차가 A 씨의 차량 뒤범퍼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차량을 갓길로 이동한 뒤 사고를 처리하자"는 상대방 운전자의 말에 A씨가 차량 핸들을 돌리던 찰나 뒤에 있던 가해 차량은 후진해 옆 골목으로 달아났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가해 차량의 차종이나 번호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잠시 대화를 나눈 남성 운전자의 얼굴과 옷차림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 사고로 A 씨는 경추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고 차량 수리비는 150여만 원이 나왔다.

A 씨는 사고 다음 날 경찰에 다시 연락해 "당시 상대방 차량이 쏘울 승용차 같다"며 "평소 사고 싶던 차량이어서 뒤늦게 기억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의 말을 토대로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고, 화면에는 회사원 B(33) 씨의 쏘울 차량이 찍혀있었다.

용의자로 경찰에 소환된 B 씨는 "비슷한 시각에 인근을 지나간 사실은 있지만, 사고를 낸 적은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해 차량 운전자를 기억하지 못하던 A 씨는 경찰서에서 B 씨를 보자 "안경을 썼고 앞니가 고르지 않았다"며 "이 사람이 범인임이 틀림없다"고 진술했다.

결국, B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도 B 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3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그러나 B 씨는 여전히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결국 수원지법 형사항소1부는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던 A 씨가 B 씨를 범인으로 지목할 당시 사전에 경찰관으로부터 B 씨의 사진을 본 상태였다"며 "범인식별절차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B 씨는 무죄를 입증받았지만, 자신을 뺑소니범으로 몬 A 씨를 향한 화가 풀리지 않았다.

경찰서와 법정에서 허위 사실을 말한 A 씨가 변호사 비용 1천870만 원과 위자료 1천만 원 등 총 2천87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민사13단독 김연주 판사는 B씨가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인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판사는 "고소·고발 등에 의해 기소된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고소인 등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 A 씨가 사고 직후 가해 차량 운전자 등에 관해 제대로 진술을 못 하다가 이후 명확한 진술을 한 건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원고 B 씨가 가해 차량 운전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피고가 (사전에)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판단이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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