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박지원 집중 견제…朴 "이 정도 했으면 잘한 것"에 "소가 웃을 일"
(전주·보성·광주=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국민의당이 7일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 이틀째 당권 레이스를 이어 갔다.
전당대회 유권자인 당원 중 호남 지역의 비율이 55%에 달한다는 점에서 당권 주자들은 광주·전라 지역을 사실상의 승부처로 인식하고 저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를 내세우면서 지역 표심 호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오전 전주교대와 전남 보성 다향체육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잇따라 열린 전북·전남도당, 광주시당 개편대회에서 유세에 나선 문병호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제2의 김대중이 되겠다. 박근혜를 확실히 탄핵하고 문재인을 확실히 꺾겠다. 반기문도 확실히 무너뜨리겠다"고 장담했다.
손금주 후보는 "과거 호남이 90% 이상 지지를 민주당에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철저한 고립과 내팽개쳐짐이었다. 그런 과거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의당의 깃발 아래 정권을 교체하고 호남의 미래를 같이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주홍 후보는 "호남이 없는 정권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호남 중심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며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호남,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일한 비호남 출신인 김영환 후보는 "저와 아내가 광주 민주화 운동 유공자"라고 소개하면서 "전국정당으로 갈 수 있는 불씨를 살려야 한다. 민주화의 성지이자 국민의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후보는 "DJ(김대중)의 신의 한 수를 배운 제가 TV에 나와서 똑소리 나게 얘기하고 정치판을 이끌어 국민의당이 집권하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이명박, 박근혜의 호남 차별과 치열하게 싸워 온 호남의 박지원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높은 인지도와 경륜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펴고 있는 박 후보에 맞서 다른 후보들이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박지원 대 비(非) 박지원'의 전선도 형성됐다.
문 후보는 박 위원장을 겨냥해 "지난 8개월 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직하며 당 지지율을 반 토막으로 만든 장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분이 당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 후보는 "새롭게 쇄신해서 새 지도부와 새 얼굴, 새 진용을 갖출 때 위기는 가까스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국민의당의 최고의 선(善)은 당권 교체다. 당권 교체 없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이대로 가면 솔직히 비대위원장을 8개월씩이나 하신 박지원 위원장을 당할 수가 없다"면서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의원을 언급하며 "박지원 위원장이 정동영 의원같이 선당후사하면 우리당이 살 것 같다"며 양보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 박 후보는 자신의 재임 시절을 거론하며 "이 정도면 잘한 것 아니냐"라며 "박근혜 정부에는 총 한 번 쏘지 않고 '당이 망한다, 위기다'라고 하면 누가 우리에게 표를 주겠나"라고 반박했다.
이날 호남 3개 지역에서 열린 시도당 개편대회는 토요일에 개최된 데다 당세도 강한 곳이다 보니 1천여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저마다 지지후보를 연호하는 등 전날 부산·경남(PK)에서보다는 뜨거운 전대 분위기가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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