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브레이트바트…왜곡보도로 독일 반이민정서 조장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는 군중이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회에 불을 놓았다고?
충격적인 보도이지만 가짜뉴스로 판정됐다.
미국의 극우 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com)가 반(反)이민정서를 조장하려고 이런 왜곡보도를 일삼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비판하고 나섰다.
브레이트바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수석전략가로 내정된 스티브 배넌이 운영하던 온라인 매체로 백인 우월주의 시각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WP는 6일자 기사에서 브레이트바트가 지난달 31일 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1천여명의 이슬람계 이민자들이 경찰과 군중에 폭죽을 던지는 등 폭력적 행태를 보였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브레이트바트는 3일 자 온라인 기사에서 도르트문트 시내 광장에 모인 군중이 어린이들이 이 포함된 시민들에게 폭죽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민자로 보이는 군중이 자유시리아군(FSA) 깃발 주위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를 외치는 영상도 기사에서 언급했다.
브레이트바트는 그동안 시리아의 반군인 FSA가 테러집단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돼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매체는 또한 군중이 던진 폭죽이 독일의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한 곳인 라이놀트 교회의 지붕에도 떨어져 불이 붙었다고 했다. 기사에서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브레이트바트는 폭력적인 군중이 무슬림 이민자라고 강하게 암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WP 반박했다.
도르트문트 경찰에 따르면 신년맞이 행사에서 일부 소란이 있었지만, 브레이트바트 보도와 같은 폭력적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예년보다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또 폭죽이 교회 외부의 가림막에 떨어져 불이 붙긴 했지만, 교회 건물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꺼졌고, 폭죽을 누가 던졌는지도 불명확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신문은 사설에서 "브레이트바트와 같은 웹사이트들은 기성 언론에 대한 신뢰를 해치려고 오보와 정보왜곡의 행태를 더 많이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반(反) 난민 정서가 급증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이런 가짜 뉴스가 나도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른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 4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왜곡 보도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베를린 지하철역에서 난민 청년들이 노숙자의 옷에 불을 붙이려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곧바로 시리아 난민 청년 아나스 모다마니와 메르켈 총리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이 나돌았다. 아나스는 2015년 메르켈 총리와 함께 셀카를 찍어 유명해진 난민 출신 청년이다.
이 사진에는 "노숙자가 불에 탔다. 메르켈이 이 사건의 범인 중 한 명과 2015년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설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 사건과 아나스는 전혀 관련이 없다.
아나스의 변호사는 합성사진을 공유한 사람들과 페이스북 측에 최근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WP는 "수익창출에 골몰해 조회 수 늘리기만 추구하는 매체들과 관련해 정보왜곡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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