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찾는 곳서 총기난사…"공항이나 술집이나 위험은 마찬가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극단주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는 시절에 미국 공항이 총기괴한 한 명에게 대책없이 뚫려 안전문제에 경종이 울렸다.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에서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의 현장은 승객이 자기 짐을 찾으려 몰릴 수 밖에 없는 수하물 찾는 곳이었다.
해당 장소는 이미 보안 검사를 받은 승객이, 마찬가지로 엄격한 검사를 거친 본인 짐을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안전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 에스테반 산티아고(26)는 앵커리지를 출발해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국제공항에서 내린 다음 자신의 수하물에서 권총을 꺼내 범행했다.
미국 항공법규은 국내선 여객기 탑승객이 총기를 기내로 들고 들어가는 것은 금지하지만 화물칸으로 부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다만 수하물로 부치는 총기는 장전되지 않은 상태로 딱딱한 가방에 넣어야 하고 탑승 절차 때 항공사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항공 규정에 나름대로 총기 안전 조항이 있으나, 이번 사건 처럼 범행 의도를 갖고 범행한다면 막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 공항에서의 총격 사건은 언제든 날 수 있을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범인 산티아고는 수화물 찾는 곳에서 아무 제지를 받지 않고 탄창을 세 차례나 갈아 끼우며 무차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경찰 조사 결과 산티아고는 짐을 찾아 화장실로 가 장전한 뒤 총격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티아고는 정신병력이 있었고, 거주지인 앵커리지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의 정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도 현지 당국이 '관리' 하지 않은 점도 질책받을 만 하다.
이런 가운데 범인 산티아고의 정신질환에 대한 당국의 관리는 차치하고라도, 총기 관리가 허술한 미국 공항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항공 전문가 로버트 맨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사실 수하물 찾는 곳이나 술집이나 미국에서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 공항에서 총기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실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13년에 미국 연방교통안전국(TSA)에 불만을 품은 이가 총기난사를 벌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작년 3월에는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흉기 괴한이 사살됐고, 11월에는 오클라호마시티 공항 주차장에서 항공사 직원이 총에 맞아 숨졌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전역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IS가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소프트타깃 테러'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 공항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주요 공항이 공항 자체보다는 항공기를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총기소지가 합법이며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평가되는 미국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IS 조직원 출신의 독일인 수형자 해리 소포는 작년 8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로 잘 포섭되고 총기를 공급해줄 곳도 따로 필요하지 않아 테러가 수월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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