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來 대폭 절상은 "핵폭탄 투하한 셈"…그래도 시장은 "7위안대 임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이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면서 '환율전쟁'에 불을 붙였다.
중국은 그간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위안화 하락 베팅 세력과의 전쟁에서 연달아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대폭 절상 결정에도 시장이 위안화 약세 쪽으로 움직였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위안화가 연내에 달러당 7위안대로 갈 것으로 점치며 역내시장 환율이 최고 달러당 7.65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92% 내린 달러당 6.866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05년 7월 중국 당국이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절상 결정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과 2월 위안화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 세력과 환율시장에서 힘겨루기를 펼쳤다.
1월에는 역외시장에서 직접 위안화를 사들이고 외환거래에 제동을 걸면서 위안화 급락을 막았고, 2월에는 관영언론을 통해 조지 소로스 등 미국 대형 헤지펀드 투자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적극적으로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이번에는 각종 규제책으로 시장에서 위안화 유동성을 고갈시킨 후 고시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상했다.
외환전문매체 FX스트리트는 "최근 몇 년이 환율전쟁이었다면 중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
역내시장 위안화 환율은 7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뉴욕장 전날 종가보다 0.69% 오른 달러당 6.9241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내렸다는 의미다.
역외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0.90% 오른 달러당 6.8498위안으로 마감했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6일 오후 5시 38분에 1% 이상 뛴 달러당 6.8623위안까지 오르면서, 약 1년 만에 가장 큰 장중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시장이 위안화 하락 베팅을 멈추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X스트리트는 "투자자들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하락 베팅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한다"며 "우리는 달러당 7위안이 나타날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들도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올해 달러당 7위안을 넘기는 것은 물론, 연말에는 최고 달러당 7.65위안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8일 블룸버그가 투자은행 35곳의 역내 위안화 환율 전망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위안화 환율 전망치 평균값은 달러당 7.10위안이었다.
특히 라보방크는 4분기에 환율이 무려 달러당 7.65위안까지 갈 것으로 점쳤다. RBC 캐피털 마켓의 전망치는 달러당 7.50위안이었다.
투자은행들의 올해 4분기 전망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 전망치 평균은 달러당 7.11위안이었으며, RBC 캐피털 마켓의 전망치는 7.53위안에 달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2일 내놓은 주요 투자은행 환율전망에서도 투자은행 13곳은 당장 3개월 뒤에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04위안을 보이며 7위안 고지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향후 12개월 뒤에 역내 위안화 환율전망 평균값은 달러당 7.25위안이었다.
투자은행 가운데 BNP 파리바는 12개월 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4위안까지 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바클레이스와 크레디트 스위스도 위안화 환율을 각각 달러당 7.35위안, 7.33위안으로 점쳤다.
헤지펀드 BFAM의 벤저민 푹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정부가 환율 단속에 나설수록 위안화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리는 갈수록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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