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보유액은 3개월째 감소해 3천711억 달러…세계 8위 수준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달러 강세 속에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전세계 외환보유액이 고점 대비 10%인 1조2천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 강세가 속도를 내면서 3개월 연속 급감해 세계 순위가 8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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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6일 현재 10조8천354억 달러로 2014년 7월 말 기록했던 고점 12조240억 달러보다 9.9%인 1조1천886억 달러 줄어들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2.6%인 2천934억 달러 감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7월 말부터 2009년 4월 말) 급감했던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이후 줄곧 늘어났다가 2014년 중반부터는 감소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시점은 달러화가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비해 달러화 가치를 환산한 달러 지수(DXY)는 2014년 6월 79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최근 102선까지 뛰어올라 14년여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 구성을 보면 미국 달러화가 63.3%, 유로화가 20.3%,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가 4.5%, 캐나다 달러가 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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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로 다른 보유외환의 달러 환산 가치가 떨어진 데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거대 외환 보유국들이 자국 통화가치의 추락을 막고자 외환보유액을 실탄 삼아 대대적으로 개입하면서 전 세계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고점 대비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국가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고점 3조9천932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월 말 현재 3조1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년 6개월간 모두 9천832억 달러가 감소해 25%가 날아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중국 비중은 33%에서 28%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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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이 2014년 8월 고점 7천312억 달러 대비 27% 급감해 작년 10월 말 현재 5천339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심하게 줄어든 가운데, 환율방어에 따른 보유외환 급감으로 사우디는 최근 신흥국 최대 규모의 외채발행에 나선 바 있다.
이 밖에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다투는 러시아와 최근 통화가치 절하에 비상조치를 내놓고 있는 멕시코나 터키 등도 고점 대비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컸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현재 3천857억 달러로, 2008년 7월 말 기록했던 고점(5천930억 달러)에 비해 35% 급감했다. 11월 말 현재 멕시코는 2015년 1월 말에 찍은 고점(1천887억 달러) 대비 11.6% 떨어진 1천668억달러, 터키는 2012년 12월 말 기록했던 고점(1천126억 달러)보다 13.1% 떨어진 979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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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스위스와 대만, 홍콩 등은 최근 1년간 외환보유액이 늘어나 고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10월 말 현재 1년 전보다 13.9% 늘어난 6천368억 달러로, 작년 9월 말 기록한 고점보다 1.6% 떨어지는 데 그쳤다.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12월 말 현재 1년 전보다 1.9% 늘어난 4천342억 달러로 작년 9월 말 기록한 고점보다 0.6% 감소했고,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현재 1년 전보다 7.3% 늘어난 3천830억 달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말 3천778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12월 말 현재 3천711억 달러로 3개월째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해 10월 홍콩에 밀려 세계 8위로 떨어졌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는 1위가 중국, 2~7위는 각각 일본, 스위스, 사우디, 대만, 러시아, 홍콩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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