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학생들 공개 집회서 첫 발언…"'대통령 7시간' 조사 당연"
유족, 희생자 사진 앞세워 청와대 행진…전국 곳곳 '노란색' 물결
친박 보수단체도 강남 등서 맞불집회…"특검은 인민재판관"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2017년 첫 주말 촛불집회가 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개최됐다.
세월호 참사 1천일(9일)을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여 만에 다시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조명하고, 진상 규명과 세월호 조기 인양을 거듭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경기 안산단원고 출신 학생들은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개 집회 발언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ƍ시간 행적' 진상을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는 장소를 서울 강남으로 옮겨 대규모로 집결했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인민재판관'으로 비난하며 탄핵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내려오고 세월호 올라오라"…전국서 '세월호 1천일' 추모
1천500여 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30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 11차 범국민행동' 집회를 열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한 본 집회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경기 안산단원고 학생과 희생자 유족, 세월호 관련 지원활동을 계속해 온 시민 발언 등 세월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본 집회 시작 전 박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촛불민심은 국민 민심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무대 아래에서 세월호 유족들을 중심으로 야유가 쏟아졌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 아버지 허홍환씨는 "팽목항에는 아직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 세월호에서 9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마지막 1명까지 가족 품에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 상당수는 종이컵에 끼운 촛불 대신 세월호를 상징하는 종이배에 초를 꽂아 들거나 노란색 종이배를 머리에 붙여 희생자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오후 7시에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뜻으로 일제히 촛불을 끄는 소등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소등 후 1천일을 상징하는 1천개의 노란 풍선이 공중으로 날려졌다.
참가자들은 본 집회 이후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방면 3개 경로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희생자들의 사진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앞세워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박 시장은 세월호 유족들의 요청으로 연단에 올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9명의 희생자가 돌아오는 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며 "광장과 촛불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광화문 집회에 오후 8시 기준으로 연인원(누적인원) 6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오후 7시 45분께 일시점 최다인원 2만4천여명이 집결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외 지역에서 열린 촛불집회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조기 탄핵 요구와 더불어 '세월호 1천일'을 추모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부신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세월호 모형배에 노란 풍선 300개를 매달아 날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 주제는 일의 기다림'이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을 의미하는 노란 풍선 416개를 하늘로 날리고, 직접 손으로 접은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행진하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경기 김포시 사우동 사우광장에서 열린 문화제는 길놀이에 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시 낭송과 진혼굿, 노란 종이배를 모아 큰 종이배 형상을 만드는 추모 퍼포먼스 등으로 진행됐다.
제주시청 앞, 강원도청 앞 소공원, 강원 원주농협 원일로지점 앞, 경남 창원시청 앞 광장, 충북도청 앞과 청주 성안길 일대에서도 세월호 1천일과 함께 새해 첫 주말을 밝히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연인원 64만3천380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이 집계한 전국 집회 참가자는 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서울을 포함해 3만8천여 명이다.
◇ "절대 잊지 않겠다" 세월호 생존학생들 '눈물 어린 다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한 학생들도 이날 단상에 올라 그간 마음에 담아둔 생각을 밝혔다. 생존학생들이 참사 이후 이처럼 공개된 집회에서 발언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장예진(20·여)씨 등 안산단원고 출신 생존자 9명은 이날 단상에 올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를 받고 지시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한다"며 "친구들은 '가만히 있으라' 해서 (배 안에 남아) 있었다"고 당시 부실했던 구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족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며 오랫동안 마음에 묶어 둔 속내를 털어놨다.
이들은 친구였던 희생자들을 향해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겠다. 나중에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를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이 발언을 마치자 세월호 유족들이 무대로 올라와 학생들을 안고 위로했다. 학생들은 눈물에 젖은 얼굴로 유족을 마주 안았다.
◇ 친박 보수단체 "특검은 인민재판관" 대규모 맞불집회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 보수단체들은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에 대거 집결해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주축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행진하며 탄핵기각과 특검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 2시 코엑스 앞에서 예배와 집회를 마치고서 대열을 1∼4진으로 나눠 차례로 대치동 특검 사무실 맞은편으로 행진해 순차 집회를 개최하고, 다시 강남역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박영수 특검을 '범법자', '빨갱이', '나치', '공산당', '인민재판관'이라고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태블릿 PC 의혹을 제기한 손석희 JTBC 사장을 조사하라고도 요구했다.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집회를 열어 "대통령 탄핵 사태의 발단인 태블릿 PC는 조작"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검찰이 종편 방송국 JTBC를 수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측은 자신들의 집회에 102만명이, 국민운동은 3천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탄기국 집회 3만5천명 등 두 집회 참가자를 합쳐 일시점 최다 3만7천명이 모였다고 봤다.
탄핵 정국이 계속되면서 보수세력이 체제를 정비해 맞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특검 수사를 상대로도 보수세력의 여론전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추산대로라면 이날 순간 최다인원 기준으로 서울지역 보수단체 참가자가 촛불집회 참가자를 처음으로 웃돈 셈이다.
이에 퇴진행동은 "오늘 광화문에는 광장 좌우 도로와 세종로사거리 및 시청 방향까지 시민들이 운집했다"며 "경찰 추산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퇴진행동은 근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184개 중대(약 1만4천720명)를 투입했다.
(박철홍 배연호 이주영 전지혜 전창해 조정호 지성호 최은지 허광무 임기창 권영전 이재영)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