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흔적 지우기' 의심…특검, 김 前수석 증거인멸 시도 포착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 차은택(48·구속기소)씨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관련 의혹이 증폭돼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씨 지원 사실을 덮으려 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더블루케이 대표 조성민씨를 내가 자신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진술하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진술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작년 1월 중순께 김 전 수석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스포츠 인재 육성 방면에 능력이 있는 더블루케이라는 좋은 회사가 있으니 대표를 직접 만나보라'며 당시 이 회사 조성민 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대로 그해 1월 20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달개비식당'에서 당시 대표 조씨를 만나 더블루케이의 사업 계획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안종범 전 수석, 김 전 차관 등이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 지원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 회사를 도우라는 지시를 처음 받은 것은 김 전 수석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도 같은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은 그해 1월 26일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조씨를 불러 더블루케이 사업에 관한 첫 면담을 했다.
앞선 검찰 수사를 통해 지난해 1월 12일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최씨가 체육계의 각종 이권을 챙길 목적으로 만든 '비밀 회사'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에 최씨 측은 카지노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연간 80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배드민턴과 펜싱팀을 만들도록 하고 나서 더블루케이를 운영 대행업체로 끼워 넣어 이권을 챙기려 했다.
그러나 GKL이 금액이 너무 크다고 반발하자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고 더블루케이가 선수들의 전속 계약금 6천만원의 절반인 3천만원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이 회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앞세워 KT에 스키 등 동계스포츠팀 창단을 요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검팀은 최씨 의혹이 증폭돼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예상되자 대통령이 직접 최씨 비밀 회사인 더블루케이를 지원한 정황을 덮기 위해 김 전 수석이 김 전 차관에게 대통령의 존재를 언급하지 말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숙명여대 교수이던 김 전 수석은 차씨가 '비선 실세' 최씨와 인연을 발판으로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고 나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전격 발탁됐다.
한편 김 전 수석은 정부에 밉보인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운영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특검팀에 입건됐다. 특검팀은 조만간 김 전 수석 등 관련자 다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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