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새누리당의 쇄신과 개혁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외부 영입된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당 개혁의 첫 착점으로 인적 쇄신을 내걸었으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반발로 멈춰 서버린 것이다. 친박계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서청원 의원은 오히려 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에게 "개혁을 빙자해 정통 보수당인 새누리당을 정체불명의 급진정당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보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친북적 소신이 지금 바뀐 것인지, 임시방편으로 당권을 장악하려고 감추고 있는 것인지 국민과 당원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계는 인 위원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탈당 강요'를 걸어 정당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같은 친박 핵심들의 반발에 "우리 당이 해야 할 것은 일차적으로 잘못한 일에 대한 책임을 다 같이 지는 것"이라며 "정말 더 이상 못 살겠다고 절망하고 분노하는 국민을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주를 '반성과 다짐, 그리고 화합의 주간'으로 정하고, 비대위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 재소집, 오는 11일 소속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전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대위원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 위원장이 당내 여론의 우위를 무기로 친박계 핵심들의 저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과 사무처 당직자 등이 인 위원장 지지 선언을 한 데다 의원 50여 명도 자신들의 거취를 전적으로 인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는 백지 위임장을 낸 상태다. 이들 의원 가운데는 친박계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친박계를 좌지우지해온 핵심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 위원장의 인적 쇄신에 찬성하는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역사에 비춰 순풍에 돛단 듯 쉽게 되는 개혁은 없다. 수많은 고비와 희생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개혁 앞에 놓인 필연의 과정이다. 새누리당의 진통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번의 경우 시간이 문제다. 헌재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내홍이 길어질수록 그 후유증은 부메랑이 돼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설 연휴 전에 경선룰을 만들고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기로 하는 등 대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치 일정의 시급성을 알 수 있다. 개혁의 절차와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당으로서는 개혁의 완결 시점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새누리당은 마냥 집안싸움만 해댈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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