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이재용 위증 처벌 검토(종합)

입력 2017-01-09 23:10  

특검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이재용 위증 처벌 검토(종합)

박대통령 독대 때 발언·최순실 존재 안 시점 등 '의심'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전명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처벌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9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과 독대 때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증언한 이 부회장이 위증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뇌물수수 의혹과 별개로 위증 혐의도 적극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국조특위에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다.

이 전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2015년 7월 25일) 30~40분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기부 얘기는 없었다.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거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순실 지원 건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받았느냐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추궁에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받았다"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팀은 그러나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독대 자리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청와대가 당시 각 총수 면담을 위해 작성한 '말씀 자료' 등을 토대로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각각 진행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출연금 규모에 관한 상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두 재단 출연 외에도 최씨가 실소유주로 밝혀진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비덱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한 최씨 일가 지원에 관한 내용도 이 자리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지원된 구체적인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승마선수인 최씨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고자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한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이권을 챙기려 기획 설립한 것으로 의심받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2015년 7월 25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진행된 이 부회장 독대 상황을 기록해 놓은 페이지 맨 위에 '승마'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과 총무이사이던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와 권오택 부장의 이름 옆에 화살표를 해 '교체'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날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이 전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날 독대 직후 안 전 수석은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출연 등에 협조를 구했던 이날 최씨가 조카 장씨를 앞세워 설립한 영재재단을 도우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또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삼성과 최씨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등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삼성그룹 수뇌부가 최씨의 존재를 파악하고 지원 협의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승마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는 삼성 관계자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특검팀은 박 대통령 독대와 최씨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문제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진술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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