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보다 배이상 많아
최순실게이트·위안화 급등락 등 겹악재 불확실성 키운 탓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인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식에 투자하려는 대기성 부동자금이 107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시장으로 몰리는 셈이다.
지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당시 53조원과 비교하면 배가 넘는다.
하지만 증시상황은 금리와 반대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인다는 경제학 상식마저 무색할 지경이다.
'초저금리-증시활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은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세 불안과 중국 위안화 약세 등 대외적 악재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증시 주변 자금은 10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투자자 예탁금 21조8천억원과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7조1천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1조3천억원, 위탁매매 미수금 1천200억원, 신용융자 잔고 6조8천억원, 신용 대주 잔고 57억원을 합한 것이다.
증시 주변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7조원 수준이었다. 이후 꾸준히 늘어 2007년 말 53조원 수준까지 커졌다. 2013년 말 95조원, 2014년 말 99조원에 이어 2015년 말 10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더 늘어나 107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투자자 예탁금은 2013년 말 13조9천억원에서 2014년 말 16조1천억원, 2015년 말 20조9천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에도 21조8천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시 주변의 부동 자금 증가는 그만큼 확신이 서지 않아 증시 주변만 맴돌 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식 거래대금 합계는 2천54조원에 그쳐 전년보다 10.3%나 급감했다. 증시 투자매력이 줄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코스피는 수년간 '박스피'로 불릴 만큼 일정한 범위에서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횡보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투자 매력이 줄어들어 투자자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증시 주변 대기성 자금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등도 대체투자 대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기 1년짜리 KB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과 KEB하나은행의 행복Together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 우리은행[000030]의 키위정계예금(확정형) 금리는 모두 1.10%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투자전망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이 수차례 단행되면 주택대출금 이자부담이 커져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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