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사 "외교관 아닌 하급 직원…당사자에 사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이 영국 보수당 보좌관과 만나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영국 정치인을 거론하면서 "끌어내릴 의원들" 등의 발언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이스라엘 대사가 공식 사과했다.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 행정관인 샤이 마소트는 지난해 10월 대사관 부근의 한 식당에서 교육부 차관 겸 보수당 내 이스라엘 지지자들 모임의 전 고문인 로버트 할폰의 수석 보좌관 마리아 스트리졸로와 만나 이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AFP통신 등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소트는 이 자리에서 스트리졸로에게 "당신이 끌어내릴 국회의원 명단을 알려줄까"라고 제안한 뒤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앨런 던컨 외무차관을 특정해 가리키며 "그가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의 오른팔인 던컨 차관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인사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에 대해 "지구 상의 오점"이자 "도둑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마소트의 이야기에 스트리졸로는 "던컨은 힘센 친구들이 많아서 쳐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아마 약한 스캔들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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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트는 또 존슨 외무장관을 지목해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기는 한데 바보"라고 평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미쳤다"고, 코빈 지지자에 대해서는 "괴짜들"이라고 몰아붙였다.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는 알자지라TV 기자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입수한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의 보도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언론 취재에 스트리졸로는 "농담조의 뒷담화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영국 정치권 안에선 비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스튜어트 폴락 상원의원은 이와 관련 "던컨 차관은 물론 영국의 관료나 의원을 음해하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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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은 곧바로 마크 레저브 대사 명의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마소트는 하급 직원일 뿐이며, 조만간 채용 계약도 끝난다"고 해명했다.
마소트의 발언에 관해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지난 6일 던컨 차관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대사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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